트럼프는 ‘풍력’을 왜 제한할까…‘장벽 쌓기’에 업계 불안 가중

트럼프는 ‘풍력’을 왜 제한할까…‘장벽 쌓기’에 업계 불안 가중

- 미 상무부, 풍력터빈 등 글로벌 수입 관세 검토 조사
- 배경은 높은 수입 의존도, 속내는 ‘트럼프식 재생e 지우기’
- 굵직한 풍력사업 줄줄이 스톱…韓 대미 수출에도 악영향

기사승인 2025-09-17 06:00:23
미국 로드아일랜드 연안의 해상풍력 발전기.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력·원전 부흥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배척하면서 풍력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급기야 미국 상무부 차원의 수입 풍력 기자재 대상 국가안보 조사가 추진되면서, 본격적인 장벽 쌓기에 나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통상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3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풍력터빈 및 주요 부품 수입이 미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기업, 산업단체, 기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풍력 터빈의 수입 의존 구조, 미국 내 생산 역량, 해외 보조금 및 불공정 무역 행위 여부, 특정 국가 수출 제한 가능성 등 종합적 항목에 대한 데이터 및 의견을 받았다. 조사 결과에 따라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등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행정부가 조사 배경으로 내세운 것은 ‘풍력산업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워싱턴 D.C. 소재 정책 리서치 기관 캡스톤(Capston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28억3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 상당의 풍력발전 부품을 수입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가 집계한 2023년 미 풍력 기자재 수입액 17억달러(약 2조3465억원) 대비 1.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수입 부품의 41%가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며, 대(對)중국 제재가 이뤄진 2024년에도 독일, 멕시코,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부품을 수입해 왔다.

그러나 업계는 실질적으로 중국산 부품에 대한 견제가 어느 정도 이뤄진 현 시점에서 이번 조사의 본래 목적이 따로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미 환경보호청(EPA)은 바이든 정부에서 이어져 온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 규모의 ‘모두를 위한 태양광(Solar for All)’ 프로그램을 지난달 중단했다. 이어 ‘하나의 큰 아름다운 법안(OBBBA)’의 일환인 태양광·풍력에 대한 세액공제 종료 시점을 당초 2032년까지 유예에서 2027년 말로 조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바이든 지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세기의 사기극”이라며 승인 불가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달 로드아일랜드주 연안에서 건설 중이던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레볼루션 윈드’ 공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사업의 시행사이자 세계 1위 해상풍력 기업인 덴마크 외르스테드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주도로 최소 6개 부처가 해상풍력의 위험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풍력 장벽 쌓기’는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풍력발전 대미 수출에 있어 강세를 보여 온 풍력터빈용 타워가 이미 철강 파생상품으로 분류, 철강 함유 가치에 따라 50%의 고율 관세가 적용돼 업계의 애로가 존재했다”면서 “향후 해상풍력 발전 품목 전체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해 국가안보 위협으로 판정되면 철강 함유 가치가 아닌, 품목 전체에 25~50%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지난 11일 성명문을 내고 “한미 양국은 오랜 동맹 관계 속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으나, 이번 조치로 한미 FTA의 정신과 내용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의 풍력 나셀 부품, 타워, 케이블 등은 안보적 위협으로 간주될 수 없는 품목이고, 오히려 양국 산업 협력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하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미 미국의 개발·투자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본격적인 제품 투입도 논의된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풍력 제조 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생산 감축과 직원 휴직 등 긴급한 대응을 불가피하게 시행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협회는 “한국 등 조약 동맹국 및 FTA 파트너국에서 수입되는 풍력 기자재에 대해서는 232조에 따른 관세 및 쿼터제 같은 징벌적 조치를 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OTRA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미국 내 풍력산업계에 비용 부담과 리스크를 가중시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전반에 제동을 거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내 정책 변화의 혼돈 속에서 관세 예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공급망 재점검, 파트너사 협력 강화 등 대응 전략을 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