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IL의 ‘샤힌(Shaheen) 프로젝트’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업계가 자율적 사업재편안을 토대로 추진 중인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방안에 이를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공장 부지에 들어서는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 복합시설로, S-OIL이 9조2580억원을 투입해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약 13%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목표 시점은 내년 6월 준공 즉시 대형 공급원이 될 전망이다.
샤힌 프로젝트 수립 초기 당시 S-OIL은 정유 부문 의존도를 줄이고 석유화학 고부가 제품으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며,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원가 측면에서 효율을 높인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석화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여파로 대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범용 석화제품을 생산하는 NCC의 경우 대규모 감축 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업계 구조조정 및 자율적 사업재편 방안 마련 요구에 따라 국내 10개 석유화학사(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대한유화·한화솔루션·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S-OIL)들은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맺고 △NCC 270~370만톤 감축 △고부가·친환경제품으로 전환 △지역경제 영향 최소화 등 구조개편 3대 방향을 설정했다.
이 가운데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 후 가동되면 업계가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를 감축하려는 현 상황과 정면 배치된다는 분석이다. 김상인 신한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5일 보고서를 통해 “구조조정은 시작됐지만 막상 자기살을 도려내는 과정은 고통이 크다”며 “기업이 자신을 위해 상대를 배반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감축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구조조정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S-OIL은 이러한 분석에 전면 반박하고 있다. 기존 NCC가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를 약 800~850℃의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 등 기초소재를 획득하는 방식이었다면, 샤힌 프로젝트 설비에 적용되는 TC2C 방식은 원유를 별도의 나프타 분리 없이 직접 투입해 고온·고압 공정을 통해 바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첨단 공정이라는 설명이다.
S-OIL 측은 “원유에서 직접 화학제품 원료를 뽑아냄으로써 기존 설비 대비 원료 유분 수율을 3~4배로 높일 수 있으며, 탄소 집약도가 낮아 에너지 효율과 온실가스의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국내 NCC 실패 요인 중 하나였던 원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관건은 샤힌 프로젝트가 사업재편 자율협약의 NCC 감축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앞서 지난달 20일 정부가 석유화학 기업 10개사와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한 후, NCC 감축을 요청하는 자리에는 S-OIL도 참석했다. S-OIL은 현재 NCC가 없지만, 샤힌 프로젝트 신규 설비 완공 시점을 고려해 협약에 포함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나아가 샤힌 프로젝트는 향후 한국 석유화학 업계가 풀어야 할 딜레마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선 불가피한 대규모 투자이지만, 동시에 업계가 합의한 구조조정 노력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S-OIL의 대규모 증산 전략이 장기적 혁신과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구조조정 기조와는 달라 업계 전반에는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산업적 딜레마를 풀어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