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공백에 흔들리는 KAI…노조 “전문 경영인 시급” 촉구

사장 공백에 흔들리는 KAI…노조 “전문 경영인 시급” 촉구

기사승인 2025-09-24 17:43:31 업데이트 2025-09-24 17:56:25
24일 수출입은행 앞에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노동조합(KAI uinon) 조합원들. 이수민 기자

항공우주산업 노동자들이 ‘조속한 사장 인선 결단’을 촉구하며 수출입은행 앞에 모였다. 이들은 산업 생태계를 꿰뚫어보는 전문가 인선이 KAI에 절실하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투쟁을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노동조합(KAI uinon) 조합원들은 24일 2시 서울 수출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석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KAI 차기 사장 인선을 촉구했다. 

지난 7월 강구영 사장이 조기 사임한 후 현재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는 수장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구영 전 사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3개월 가량 앞둔 지난 7월1일 퇴임했다. 이후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 행장 인선마저 정부인사 결단 지연으로 늦어지면서, KAI 사장 선임 작업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강 전 사장의 사임 이후 차재병 부사장이 현재 KAI의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이 같은 체제에서 신속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노조의 시각이다.

남병석 조직실장은 개회사에서 “KAI 수장 부재로 주요 사업 추진과 대외 신뢰 확보가 지연돼 국가 전략 사업과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끝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방위 산업 경쟁력을 위해 집단 지성을 모아야 할 이 시기, 회사는 지휘자 역할에서 손 놓고 있는 상태”라며 “인선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고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책임경영 복원이 늦어지고 사업 정상화는 더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4일 수출입은행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승구 KAI 노조위원장. 이수민 기자


다음달 열리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경쟁사와 달리 KAI가 대행 체제로 나설 공산이 커지는 점 또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노조는 “전 세계 고객과 경쟁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장 공백 상태로 전시회를 맞이한다면, KAI는 도약의 기회를 놓치고 국제 신뢰까지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산 글로벌 4대 강국 진입을 외치며 정작 이와 같은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 정부의 심각한 모순이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KAI노조는 조속한 사장 인선과 함께 실패한 사업부제 폐기 및 즉각 본부제 전환‧퇴직 임원의 복귀 시도 전면 차단‧정치 줄세우기와 기밀 유출 세력에 대한 철저한 응징 등 3대 요구안도 발표했다.

KAI는 민간 기업이지만 최대주주가 수출입은행(26.41%)이며, 국민연금공단도 8.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사장 인선에 있어서 최대주주 수출입은행의 결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수출입은행 역시 윤희성 전 은행장의 임기가 7월 종료된 후 은행장 대행 체제로 운영 중으로, 공식 후임 인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인선 제청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예산과 조직 개편 등 현안에 집중하면서 인선 작업은 지연되고 있는 모양새다. 수출입은행 행장 공백 장기화가 KAI 사장 인선 지연과 맞물리며 수장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임병진 한국항공우주산업노동조합 선전실장은 집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이후에도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정부서울청사, 대통령실까지 진출해 집회를 열 계획도 있다”며 “일단 정부의 움직임을 추석까지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상황을 주시하며 향후 국회 정무위·산자위·국방위, 정부청사까지 항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국가 방위 산업의 진흥 측면에서 현재는 KAI 내부 수습과 사장 임명 내실화가 급선무 과제로 보인다”며 “과거와는 변화된 한국 방산의 위상과 환경에 맞춰 정부가 철저한 시장 원리를 적용해 KAI를 키워갈 경영 방안을 마련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