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S 과징금, 6000억대 ‘장밋빛’ 전망…“부담은 여전해”

은행권 ELS 과징금, 6000억대 ‘장밋빛’ 전망…“부담은 여전해”

기사승인 2025-09-30 10:19:37
서울 용산구 국내 4대 은행 ATM. 유희태 기자

은행권에 부과될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과징금 규모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새로 마련된 과징금 산정 기준 가운데 ‘중대성 평가’ 결과가 최종 부과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과징금 규모가 최대 2000~6000억원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도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과징금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 22일 금소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시행령이 오는 11월 3일, 감독규정은 10월 10일까지다.

이번 개정안에서 금융당국은 과징금 산정 기준을 기존 ‘수입 등’에서 ‘거래(판매) 금액’으로 명확히 했다. 금소법상 불완전판매로 인한 수입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홍콩 H지수 ELS 판매액을 약 16조원으로 볼때 최대 8조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당국은 과징금을 대폭 감경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도 제시했다. 기본 과징금 산정 시 부과 기준율을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매우 중대(65~100%) △중대(30~65%) △중대성 약함(1~30%)의 세 단계로 구분해 부과한다. 기존에는 최저 부과 기준율이 50%였으나 1%까지 낮췄다. 여기에 사전 예방 조치나 사후 수습 노력 등이 인정되면 기본 과징금의 최대 75%까지 감경이 가능하다.

하나증권은 은행권의 ELS 판매액을 18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전체 과징금 규모가 약 68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전날 리포트를 통해 “중대성 평가가 ‘중대’(부과기준율 30%)이면서 경미한 위법행위로 판단될 경우 기본 과징금은 약 2조7000억원(18조원 × 0.3 × 0.5)”이라며 “여기에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우수나 사후수습 노력 등이 인정돼 75% 감경이 적용되면 과징금은 약 680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중대성 평가가 ‘중대성 약함’(부과기준율 10%)으로 판단되면 기본 과징금은 약 9000억원(18조원 × 0.1 × 0.5)이며, 동일한 감경 요건을 적용하면 최종 과징금은 약 23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증권가는 이처럼 감경 요건이 상당히 존재하는 만큼, 홍콩 ELS 관련 과징금 규모가 시장의 초기 우려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도 “홍콩 ELS 관련 부담이 당초 시장 우려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ELS 판매액이 은행권 가운데 가장 큰 KB국민은행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KB금융(국민은행)의 판매액이 8조원일 경우, 법정 상한 50%와 부과기준율 50%를 적용하면 과징금은 약 2조원 수준이며, 75% 감경이 적용되면 약 500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과 기준이 ‘경미’ 단계로 설정되면 실제 부과율이 1~29%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어 과징금은 이보다도 줄어들 수 있다”면서 “향후 당국의 평가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감경 기준이 마련됐다 하더라도 과징금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홍콩H지수 ELS 피해 관련 자율 배상이 이뤄진 데다 정부가 포용·상생금융 확대, 보이스피싱 피해 전액 배상 등 각종 재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포용·상생금융 지원과 보이스피싱 피해액 전액 배상에 이어 이제는 홍콩H지수 ELS 과징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미 자율배상을 마쳤는데도 추가적으로 과징금이 부과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징금으로 인해 재무 여력이 줄어들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포용·상생금융 확대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징금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배당 축소 등 주주환원 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과징금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건전성 관리에 차질이 생긴다”며 “이는 곧 배당 축소나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 불만을 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정덕영 기자
deok0924@kukinews.com
정덕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