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항공사 장애인 고용, 현행 제도 재정비 절실” [날개 잃은 장애인 고용③]

“얼어붙은 항공사 장애인 고용, 현행 제도 재정비 절실” [날개 잃은 장애인 고용③]

국내 항공사 장애인 고용률 매년 ‘1%대’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로 대체
현 제도 본래 취지 훼손…유명무실 전락
“장애인 인식 변화 및 제도 개선 필요”

기사승인 2025-10-01 06:00:16
사진 왼쪽 위에서부터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 뇌병변 장애인 김도경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장애인 고용률 ‘1%대’. 국내 항공사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저버린 채 매년 돈으로 때우면서, 장애인들은 ‘고용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앞선 기사 [단독] 대한항공 등 항공사 9곳 ‘장애인 고용’ 돈으로 때웠다 [날개 잃은 장애인 고용①], [단독] 장애인 의무고용 3.1%인데…항공사 5년째 ‘1%대’ [날개 잃은 장애인 고용②]에서 확인했듯, 많은 항공사가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문제는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마련된 ‘장애인 고용의무’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면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와, 정치권, 학계는 장애인 인식 개선과 현행 제도의 전면적인 정비 등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행 제도 정비 절실…“정부·기업·대학 협력 필요”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현행 장애인 고용의무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행법상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전체 직원의 3.1% 이상을 장애인 직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이 같은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매년 수십억원의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납부한 부담금만 437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장애인 고용'을 '부담금 납부'로 대체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제도 개선 방안으로 ‘부담금 상향’과 ‘고용계획 점검 강화’를 제시했다.

김정재 의원은 “현행 제도는 기업이 부담금을 통해 고용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도 실효성 강화가 시급하다”며 “가산율 조정이나 부담 기초액 현실화 등을 통해 부담금을 내는 것보다 고용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항공사별 장애인 고용계획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의무고용 미이행 사유를 의무적으로 제출받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와 함께 국민적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고용은 시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며,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항공사들이야말로 앞장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도 ‘제도 이행 항공사 대상 인센티브 확대’와 ‘정부‧기업‧대학의 협력’을 통해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 교수는 “제도 미이행에 따른 패널티 부과만으로는 장애인 고용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면서 “제도 이행을 잘하는 기업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항공사 간 성장하는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와 기업, 각 지자체 등이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현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고용 증진의 출발점은 '인식 개선'부터

장애인들은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고용률을 높이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뇌병변 장애인 김도경씨는 장애인 고용 개선 과제로 ‘기업과 직장 내 인식 변화’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특히 정부와 기업이 현재의 고용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세심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기업은 장애인 고용에 따른 편견과 각종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업의 이러한 자세는 사업장 전체의 분위기로 전이되면서, 직장 내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꺼려 하는 상황이 하나의 사회 분위기로 정착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고용 확대의 시작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시작된다”며 “정부와 기업은 장애인들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주기적으로 만들어 현재의 고용 현실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실질적인 제도 변화와 인식개선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경석 대표는 “항공사는 특수 직군이 많아 장애인 고용이 어렵다 해서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닌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기업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면 장애인들과 소통을 하고, 정부의 도움을 통해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 고용 의무에 따른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도 법정 의무화됐지만, 영상 위주의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직장 내 장애인과 동행하는 근무환경은 조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인 제도와 교육은 고용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제도 변화와 인식개선 교육 강화가 장애인 고용의 문이 열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