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한다. 이번 대책을 두고 부동산 투기 차단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무조정실, 국세청 등 관계부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윤덕 국토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토허구역 확대 지정이다. 현재 이미 지정된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와 용산구는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그 외 서울 21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신규 지정된다. 신규 지정되는 경기 지역은 △과천시 △광명시 △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다. 이로써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에 포함된다.
토허구역 규제는 오는 20일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 적용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지정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해당 규제는 아파트 및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대폭 강화된다. 이번 규제는 주택 시세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과 같이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유지되지만 시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주담대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든다. 시가 2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의 경우 대출 한도가 2억원까지 축소된다.
부동산 투기 차단에 일정 기여
정부의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투기 차단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의 단기 과열과 가계부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초고강도 안정화 대책으로 평가된다”며 “강력한 금융 규제와 함께 서울 전역 및 경기 일부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갭투자나 무리한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을 억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2년간 실거주 요건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동산 수요 억제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는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 수요가 집중됐지만, 이번 조치로 이러한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서울 강남권과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포모(FOMO, 수요자들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는 현상)와 패닉바잉 수요가 일부 진정되며 거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매입 대기자 역시 규제지역의 세금 부담과 대출 요건으로 인해 가수요 유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과열 양상이던 부동산 시장이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금 부자 수요 막기 어려워
다만 거래량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가격 변동까지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위적으로 억누른 효과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 알 수 없고 과거 사례처럼 거래량은 급감해도 신규 물건의 가격 변동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금 부자들은 이번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함 랩장은 “올해 집값이 크게 오른 주요 지역 대부분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과 한강 벨트”라며 “이들 지역에서는 대출 규제와 무관하게 자체 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 전문위원은 “이번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무주택 서민과 청년 등 주택 구입이 절실한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관리와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 신뢰성 구축이 지속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