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들, 처음 부르는 노래니까 틀려도 괜찮습니다. 느낌 따라 편안하게 불러 보세요.”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시니어문화센터. 3층 강의실 책상 앞에 앉은 9명의 수강생이 악보를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기타 반주를 따라 울려 퍼지는 비틀즈의 노래 ‘예스터데이(Yesterday)’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모든 수강생이 60세를 넘겨 노년기로 접어들었는데도 목소리는 힘차고 활기가 넘쳤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세계적 히트곡은 어느덧 올드 팝송이 됐지만, 노래를 즐기는 마음은 그때나 현재나 다르지 않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60세 이상 시니어를 위한 이색 복지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문화형 복지’로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 고령자의 정서·신체 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사업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올드 팝송 교실을 비롯해 악기 연주부터 보드게임까지 함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시설은 물론, 각 구마다 무료로 운동할 수 있는 야외형 어르신 놀이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강동시니어문화센터는 이날 오전 10시 추억의 노래를 부르며 보컬 레슨도 받을 수 있는 ‘라떼 올드 팝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해당 센터는 지난달 정식 개관한 강동구의 복합 문화·복지시설 ‘강동숨;터’에 위치해 있다. 60세 이상 강동구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12주 과정 강좌 기준 수강료는 무료거나 1만~4만원 수준이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기관인데도 구민 등 수강생의 호응도는 높다. 센터가 지난 7월부터 4주간 시범 사업을 실시한 결과 303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만족도는 99%에 달했다. 현재 본격 운영에 들어간 정규 프로그램 또한 441명의 구민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음악을 비롯한 건강·어학·인문·공예 등 강좌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보드게임을 즐기거나 챗GPT 활용법을 배울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다만 12주 연속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 특성상 접수는 개관을 앞둔 지난달 마감됐다.
이날 방문한 센터에선 강사와 수강생이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노래 교육 경력만 20년이 넘는 구재원 강사는 “날이 갈수록 선생님들의 실력이 늘고 있다”며 “다들 자신 있게 소리를 내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진다”고 수강생들을 격려했다. 교육 틈틈이 질문도 이어졌다. 정년퇴임한 지 6년이 지난 전봉구(73)씨는 “가사 사이 발음 속도가 빠른 구간이 있던데, 그 부분을 복습하고 싶다”며 모범생의 자세를 보였다.
전씨는 지난번 수업에서 배운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를 혼자서 열창하기도 했다. 특히 노래 후반부에는 수강생 모두가 코러스처럼 합창하면서 교실 속 작은 무대가 연출됐다. 그는 “학창시절에 유행했던 노래를 함께 부르니 참 즐겁다”며 “친구들과 노래방을 갈 때가 있지만 그보다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도 고령자의 여가와 건강을 동시에 챙기기 위한 어르신 놀이터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구로구를 시작으로 현재 13개 자치구에 조성된 어르신 놀이터는 내년까지 25곳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이 놀이터에는 어르신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균형·유연성·관절 건강 강화 등을 지원하는 운동기구가 집중적으로 설치된다.
같은 날 16일 오후 방문한 서울 송파구 송파나루공원에도 어르신 놀이터가 마련돼 있었다. 기구를 활용해 팔 운동을 하던 김명성(69)씨는 “10년째 여기서 운동하며 근육을 키웠다”며 “헬스장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이 공원에선 나이 드신 분들도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가 많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어르신 놀이터 만족도 조사 결과 이용객 9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높은 접근성 △친구·이웃과 소통 가능 △연령대에 맞는 건강관리 가능 등이 꼽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16일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 전체 인구 959만5509명 중 65세 이상은 187만3638명으로 약 19.5%를 차지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월 ‘2040 초고령사회 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