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랑지는 제일 맛있는 부위예요!” 참기름과 깨가 뿌려진 김밥의 끝을 자르며 셰프가 농담을 던지자, 교실 안은 금세 웃음바다가 됐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주인공 ‘루미’처럼 김밥을 먹고 싶은 외국인 참가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몰 요리교실은 K-푸드의 매력을 직접 느끼려는 이들로 열기로 가득했다.
“투 머치? 댓츠 오케이!”
수업 전부터 교실은 활기가 넘쳤다. 앞치마에 이름표를 단 참가자들은 국적·나이 모두 달랐지만 ‘한식’을 배워보겠다는 공통점을 공유하며 금세 어울렸다. 테이블 위에는 떡, 김, 어묵, 맛살, 대파 등 형형색색의 각종 재료가 놓여 있었다. 이날 도전할 메뉴는 루미가 즐겨 먹던 김밥과 떡볶이, 그리고 빈대떡이었다.
“투 머치(Too much)!”
러시아에서 온 빅토리아(27)가 김밥 재료를 볶으려 프라이팬에 기름을 듬뿍 붓자, 옆의 시니어 통역 서포터즈가 웃으며 외쳤다. 빅토리아가 멋쩍게 웃으며 기름을 덜어내자 “댓츠 오케이(That's okay)”라는 격려가 이어졌다. 짧은 영어와 미소가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수업은 6개 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2인 1조로 인덕션을 나눠 쓰며 서툰 솜씨로 요리 삼매경에 빠졌다.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김밥 마는 시연이었다. 셰프가 “다들 앞으로 모이세요”라고 부르자 왁자지껄하던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참가자들은 셰프의 손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눈을 고정했다. 두 손을 둥글게 말아 김밥을 단단히 고정하는 노하우가 공개되자 “오~” 하는 감탄이 터졌다.
이후 참가자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 배운 대로 김밥을 말아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케데헌 보고 아이들과 만들고 싶었어요”
참가자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인도 출신 엘리샤 애닐 마이클(20대)은 “케데헌을 보고 김밥과 떡볶이를 꼭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년 전 한국에 온 일본인 미네기시 요코(38)는 “아이들이 케데헌을 너무 좋아해 거의 매일 본다”면서 “오늘 만든 김밥을 아이들과 함께 나눠 먹을 것”이라며 웃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대학원생 추신이(29)는 “김밥, 비빔밥, 냉면 등 한식을 정말 좋아한다”며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즐거웠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온 마리아(30)는 “지난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먹은 음식이 떡볶이였다”며 “친구 덕분에 알게 된 음식을 직접 만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K(케이)콘텐츠 따라온 외국인들…“K-푸드, 배우는 재미가 있어요”
송파구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참가자의 절반가량이 ‘케데헌’을 보고 신청했을 만큼 K-콘텐츠 파급력을 체감했다”며 “서울시관광재단과 관내 대학·어학당 등을 통해 홍보했는데, 거주 외국인과 관광객 모두 반응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수업을 마친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솜씨를 칭찬했다. 구청 직원이 “하우 워즈 김밥(How was Gimbap)?”이라 묻자, 한 외국인은 두 엄지를 번쩍 들어 보이며 “딜리셔스(Delicious)!”라 외쳤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이번 쿠킹클래스가 한국 음식문화를 즐겁게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K-컬처 세계화 흐름에 맞춰 앞으로도 창의적인 문화 프로그램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안푸드 쿠킹클래스’는 2020년 시작돼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한식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 한국의 맛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매년 주제와 메뉴를 달리해왔다. 지난해에는 닭볶음탕과 파전, 그 이전엔 비건 잡채와 김치전을 만들었다.
예산은 1000만원 남짓에 불과했지만, 한식이 K-콘텐츠와 함께 세계인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