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지 한국인 구금자 송환되기까지

캄보디아 범죄단지 한국인 구금자 송환되기까지

일자리 미끼로 참여해 피해자에서 공범으로…사이버 범죄단지 실태
정부·정치권, 추가 송환·국제 공조 추진…“남은 1000명 구출 나설 것”

기사승인 2025-10-18 11:08:29 업데이트 2025-10-18 11:57:41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자리 제안을 믿고 캄보디아로 향했다가 감금과 폭행,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이들은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복합적 신분으로 귀국했다. 현지에는 여전히 1000명 넘는 한국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캄보디아 정부의 도움을 받아 나머지 인원도 조속히 구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고수익 알바’ 미끼에 끌려간 한국인들

사건의 발단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족들의 신고였다. ‘캄보디아에서 감금돼 있다’, ‘연락이 끊겼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외교부와 경찰청이 실태 조사에 나섰다.

10월 중순 국내 언론과 방송이 캄보디아 피싱단지 실태를 잇달아 보도하면서 사건은 공론화됐다. 프놈펜 인근 ‘웬치’라 불리는 범죄단지에서 한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감금돼 폭행을 당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강제로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한국 정부는 외교부, 경찰청, 국정원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합동대응팀을 10월15일 현지로 급파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범죄단지 소탕 작전’을 벌이며 현지에서 한국인 59명을 검거했다. 이후 자체 신고로 구출된 5명을 포함해 총 64명이 송환 대상에 올랐다.

17일 저녁,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이민청 구금시설에서 이들은 버스로 이송돼 테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을 태운 전세기는 새벽 1시5분(현지시간)에 출발해 18일 오전 8시3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송환자들은 기내에서 즉시 체포됐다. 국적법상 국적기 내부도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돼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국한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새벽부터 대기한 호송용 승합차 23대에 나눠 탑승한 뒤 충남, 경기, 대전 등 전국 경찰서로 분산됐다. 

귀국한 64명 대부분은 이미 국내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신분이다. 경찰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는지, 혹은 강제로 동원된 피해자인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강제 동원 여부를 면밀히 가려 피해자와 공범을 구분할 방침이다.


남은 피해자 1000여 명…2차 구조 추진

‘웬치 단지’는 프놈펜 외곽에 조성된 불법 도박·피싱 거점으로, 중국계 자본이 현지 관료와 결탁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내에는 보안요원과 감시 카메라, 철조망이 설치돼 외부 출입이 통제된다.

‘단지 내부는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상태에서 감금과 폭행이 이뤄진다’는 증언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피해자 상당수는 한국이나 중국 SNS 구인광고를 보고 입국했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범죄에 동원됐다. 일부는 다른 조직에 팔려갔다는 주장도 있다.

캄보디아 현지에는 여전히 한국인 피해자가 1000명 이상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캄보디아 각지에 흩어진 범죄단지의 실태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고, 일부는 이미 다른 국가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은 지난 15일부터 현지에 체류하며 캄보디아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추가 구조와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정부와 여당은 범죄단지 내 남은 한국인 구조와 재외동포 보호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18일 캄보디아 현지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단지에 들어가면 의사와 상관없이 구금·폭행을 당하는데, 우리 국가 입장에서 보면 그분들이 폭력·감금의 피해자이자 한편으로는 범죄단체 조직에 들어가 우리 국민에게 사이버 범죄를 하는 가해자 신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찰과 공조 수사를 위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강력히 요청했으며, 캄보디아 의회와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