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불협화음이 정책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민간 주도 개발에 공공이 초기부터 계획을 지원하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통상 5년 정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약 2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용적률 및 층수에 대한 인센티브도 준다. 시는 신속통합기획과 함께 한강벨트 등 시민 수요가 많은 지역에 19만8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서울시와 다르게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9·7 공급 대책’을 통해 공공택지 공급 방식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민간 매각 예정이던 공공주택 용지의 매각을 중단하고 지구계획 변경 등을 통해 LH가 시행을 맡는다. 다만 시공은 민간이 담당하는 ‘도급형 민간 참여 방식’을 적용해 브랜드와 상품성을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공급 방식을 고집하면서 이는 국민의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을 불러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는 공공 주도로, 서울시는 민간 주도로 각자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엇갈린 정책을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공급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둘러싸고도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 전역과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 등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정부는 서울시 등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정감사에서 이를 반박했다. 오 시장은 토허구역 지정에 대해 “사전 논의 없이 당일 통보를 받았다”며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다면 서울시 의견을 공식적으로 개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치가 일정 수준의 수요 억제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전월세 물량 확보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서울시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5개 구청장도 정부의 토허구역 확대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서울시와 자치구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은 규제가 아닌 공급 확대와 행정적 지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향후 중앙정부와 서울시, 자치구 간의 협력적 정책 조율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이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견이 나타나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정부 정책을 따르는 사람,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을 따르는 사람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