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280여 건의 층간소음 신고, 5200여 건 112신고한 치매 노인..., 이른바 ‘경찰 노릇’하기 힘든 시기다. 이 같은 세태의 근본 원인으로는 양극화로 규정되는 사회구조가 지목된다.
고질적인 반복 신고와 계속된 출동으로 경찰력은 한계에 달하면서 치안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가 전국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공동체치안활동팀’이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건강한 공동체 회복을 통해 근본적이고 입체적인 해결법을 찾는 방식이다.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암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아보자는 취지다. 그 배경에는 건강한 공동체 회복이 경찰의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치안 대책이라는 발상이 있다.
괄목할 성과도 냈다.
주거지 주변에 10톤 분량의 쓰레기를 쌓아 10년간 100건 이상 신고된 60대 여성의 사례. 경찰은 소방서·안양시 등과 공조해 입원치료를 조치하고 쓰레기 전량을 폐기했다.
또 1년간 5200여 건의 112신고 한 치매 70대 여성은 요양보호기관, 보건소 등과 협의해 AI기반 안심비상벨을 설치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등을 지원했다. 층간 소음으로 1년간 280여 건을 신고한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60대 남성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정기 상담과 생계급여, 복지관 지원금 등 지원을 연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는 과정에서 공동체치안활동팀의 활약이 컸다. 안양만안서가 올해 6월부터 관내 모텔과 상가, 시장 등에 부착한 1000부의 피싱 예방 포스터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근본 원인을 치유하면서 성과는 수치로 드러났다. 지역 내 반복되는 신고 건수는 85.3% 줄었고, 전체 112 신고는 17.9% 감소했다.
안양만안서가 전국 유일하게 시행 중인 ‘공동체치안활동팀’의 활동상이 객관적 효과로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양만안서가 올해 경기남부청 관할 32개 경찰서 중 치안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한 배경이다. 최근에는 경기도 내 최초로 자치경찰위원회 예산 지원 사업에 2년 연속(2025, 2026년) 선정되기도 했다.
고질적인 신고 건수 감소는 경찰 본연의 치안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
공동체치안활동팀 활성화한 최성규 서장
쿠키뉴스가 28일 만난 최성규 안양만안경찰서장은 경찰 내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찰대(7기) 법학과와 미국 웨스턴미시간로스쿨(LLM) 출신 법학분야 인재로, 치안 및 안보기획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주경찰서장,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영사, 서울청 치안지도관, 성북경찰서장, 경찰청 안보기획관리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가 美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영사로 근무하며 경험한 미국 자치경찰의 모습은 그의 책 ‘총과 도넛’에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한국에서는 자치경찰제 도입이 정치권 등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고,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최 서장은 “향후 한국에서도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된다면 미국 자치경찰의 모습이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면서 “일반 시민들도 자치경찰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많은 경찰관들과 인터뷰를 했고, 방대한 관련 서적과 자료를 뒤적이며 오류가 없는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했다. 최 서장과의 대화에서 그의 노력이 향후 한국에서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된다면 큰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도 들었다.
올 3월 안양만안경찰서장으로 부임한 뒤 그가 본격적으로 활성화시킨 ‘대표작’ 공동체치안활동팀의 성과는 치안의 새 트랜드로 부상했다. 검거와 단속 위주의 경찰 치안이 ‘근본적 예방’이라는 무기를 장착하면서 치안력 강화라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성규 서장과의 인터뷰
공동체치안활동팀이란 무엇인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사고 예방을 위해, 새로운 치안에 대한 고민 끝에 안양만안경찰서가 전국 유일하게 시행 중인 지역특화 범죄예방 사업이다. 관할 4개 지구대의 각 지구대장과 전담 요원으로 구성된 팀이 지역주민, 시청,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함께 ‘건강한 공동체 회복’을 통해, 지역사회의 고질적인 치안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치안 트렌드로 보이는데 운영하게 된 계기는.
“안양 만안구는 평촌신도시로 상징되는 동안구에 비해 노후 주택과 1인가구 중심의 사회 취약계층 비율이 높은 구도심이다. 공동체와 단절된 가정, 고립된 개인이 많아지고 이들의 불안과 분노, 갈등이 강력범죄나 대형사고의 보이지 않는 불씨로 잠재되어 있다. 건강한 공동체 회복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치안 대책이었고, 경찰의 단독 활동으로는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어 모든 지역공동체가 함께하는 입체적, 종합적 접근법을 모색했다.”
공동체치안활동팀의 활동상을 소개한다면.
“1년간 망상에 시달리며 층간소음으로 280여건을 신고한 60대 남성이 있었는데, 정신건강센터 정기 상담, 생계급여·복지관지원금 등 공동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신고를 멈추게 했다. 공동체치안활동팀은 이처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건강한 공동체 회복을 주도하면서 반복 신고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그 결과 안양만안서는 올해 줄곧 경기남부청 32개서 중 치안고객만족도 1위를 유지해왔고, 공동체치안활동팀 사업은 도내에서 최초로 2년 연속 자치경찰위원회 예산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경찰의 치안 방향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지.
“최근의 여러 범죄는 치열한 경쟁, 양극화 등 사회구조 요인으로 고조된 긴장과 불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CC(폐쇄회로)TV, 과학수사 등 치안시스템과 수사 기술의 발전으로 검거율은 올라갔지만 예방에는 한계가 있어왔다. 이 때문에 치안의 시각을 과감히 넓혀, 범죄·사고의 징후를 보이는 소외된 이들을 찾아 우리 공동체에 다시 녹아들 수 있도록 힘쓰는 일이 미래지향적인 치안활동 모델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