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16년만에 재심서 무죄…“검찰 강압수사”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16년만에 재심서 무죄…“검찰 강압수사”

기사승인 2025-10-28 19:19:28 업데이트 2025-10-28 19:27:19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들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중형을 선고받은 부녀 관계의 피고인들에게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심 재판부는 문맹 또는 경계성 지능인인 이들 부녀에게 행해진 검찰 수사가 위법했다며 범행 자백 등 주요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28일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75)씨와 딸(41)의 항소심 재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요 증거로 꼽혔던 피고인들의 범행 자백이 검찰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찰은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피의자 신문조서와 관련 진술을 주요 증거로 제출했지만, 적법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직접적인 목격자가 없는 이번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검찰에 넘겨졌다. 재심 재판부는 딸의 최초 자백, 아버지와 공모했다는 추가 자백, 이에 기초한 A씨의 자백 등 피고인들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던 원심의 주요 근거로 재심에서는 검찰의 유도신문에 의한 진술 등을 이유로 증거에서 배제됐다.

재심 재판부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A씨와 경계성 지능인인 딸이 각각 장시간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또 진술거부권, 변호인 또는 신뢰관계인 동석권, 조서 열람 및 변경 청구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검찰 수사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 측 첩보에 근거해 부녀를 수사선상에 올렸다는 수사 담당 검사의 증언 역시 허위하고 판단했다. 

A씨 등은 지난 2009년 7월6일 전남 순천시 황전면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섞인 막걸리를 주민들이 나눠 마시게 해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사망자 가운데 1명의 남편과 딸로 검찰은 근친 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아내이자 친모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을 공모했다고 결론 내려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당시 재판장 홍준호)는 1심에서 ‘진술 신빙성’ 문제 등으로 2010년 2월 무죄를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광주고법 형사1부(당시 재판장 이창한)는 1심을 뒤집어 이듬해 11월 중형을 선고했고, 2012년 3월 대법원이 광주고법 판결을 인정해 형이 확정됐다.

박준영 변호사는 A씨 부녀가 ‘위법 수사’로 만들어진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1월 검사의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였다. 이어 대법원이 같은 해 9월 재심 개시를 확정하면서 재판은 부녀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으로 다시 돌아갔다.

A씨 부녀는 검찰의 긴급체포에 따른 구속 기간부터 지난해 재심 개시 결정으로 풀려나기까지 만 15년씩 감옥에서 보내야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