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정부·유가족 첫 공동 추모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정부·유가족 첫 공동 추모

이재명 “국가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우원식 “생명안전법 통과시켜 대책 강화할 것”

기사승인 2025-10-29 16:18:5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영상을 통해 추도사를 전하고 있다. 유병민 기자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유가족과 공동으로 공식 추모식을 열었다.

29일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은 참사를 상징하는 시각인 오전 10시29분에 맞춰 서울 전역에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리며 시작됐다. 추모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정당·종교계 인사와 시민단체 관계자, 시민 등 약 2000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 일정으로 인해 영상으로 추도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켜야 했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막을 수 있던 희생을 막지 못했다”며 “사전 대비도, 사후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거라는 신뢰는 사라지고 각자도생 사회의 고통과 상처만 깊게 남았다”고 전했다.

그는 “미흡했던 대응, 무책임한 회피, 충분치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고 하나하나 바로잡아 가겠다”며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다시는 국가의 방임과 부재로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9일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전하고 있다. 유병민 기자

현장에 참석한 우원식 국회의장도 “추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그날 위험을 알렸어야 할 사이렌이 이제야 울리는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기억식을 통해 다짐하는 것처럼 진실과 정의로 나아가는 길에 유가족과 피해자 여러분이 외롭지 않도록 우리 모두 함께하자”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지난 6월부터 특조위의 진상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숨김없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이) 조금도 남김없이 응당한 책임을 지도록 국회가 함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생명안전기본법을 꼭 통과시켜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모욕과 혐오감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더욱 대책 강화에 힘을 쏟겠다”며 “여러분의 사랑, 슬픔, 용기를 국회는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고(故) 이재현씨의 어머니인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단상에 올랐다. 그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다면, 159명의 희생자는 지금 우리 곁에서 각자의 내일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우리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했기에 오늘 정부와 함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것은 출발점이고 오늘의 약속은 내일의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며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 지하철, 세월호 등 많은 참사를 겪어왔으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흐려지고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 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이 국가 운영의 첫 번째 원칙이 돼야 한다”며 “이번 정부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을 펼쳐 더 안전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와 유가족이 처음으로 함께한 이번 추모식은 유가족의 슬픈 마음과 반복되는 참사 앞에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다짐하는 시민의 안타까움이 모여 만들어 낸 것”이라며 “국가가 참사의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의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29일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유병민 기자
 
이날 추모식에는 12개국의 외국인 참사 희생자 유가족도 함께했다. 박소란 시인의 추모시와 안예은 가수의 추모곡, 문소리 배우의 추모사가 유가족과 시민들을 위로했다. 시민과 뮤지컬 배우들의 추모 공연 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의 공동선언문 낭독을 끝으로 행사는 종료됐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