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넘었다…KT 피터·퍼펙트가 쓴 ‘성장 드라마’ [롤드컵]

한계 넘었다…KT 피터·퍼펙트가 쓴 ‘성장 드라마’ [롤드컵]

KT, 창단 첫 롤드컵 4강 진출
리그서 약점으로 꼽히던 피터·퍼펙트, 롤드컵서 대반전
“언더독 반란 이루겠다”

기사승인 2025-10-30 06:00:08
‘피터’ 정윤수와 ‘퍼펙트’ 이승민. 김영건 기자

KT 롤스터의 약점으로 꼽히던 ‘피터’ 정윤수와 ‘퍼펙트’ 이승민이 달라졌다. 한동안 기량적 한계에 막혀 ‘만년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그 꼬리표를 떼어냈다. 두 선수의 성장세는 KT의 경기력까지 끌어올리며 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KT는 29일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롤드컵’ CTBC 플라잉 오이스터(CFO)와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3전 전승으로 스위스 스테이지를 통과한 KT는 8강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며 세트 7연승을 질주, 4강 한자리를 차지했다. 2012년 창단한 KT가 롤드컵 4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KT는 2015, 2018, 2023 롤드컵에서 8강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KT는 CFO를 말 그대로 압살했다. 운영, 교전, 한타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개인 기량에서 앞섰고, 팀적인 움직임도 훨씬 좋았다. 세 세트 합계 시간은 단 1시간26분41초에 불과했다.

KT의 상승세 중심에는 롤드컵 첫 출전인 정윤수와 이승민이 있다. 정윤수는 8강에서 KT 운영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커즈’ 문우찬과 함께 CFO의 정글을 휘저었다. 매번 상대 서폿보다 한발 앞선 움직임으로 팀에 이득을 선물했다. 2세트가 백미였다. 노틸러스를 픽한 정윤수는 적극적인 미드 개입으로 CFO의 에이스인 ‘홍큐’ 차이밍훙을 억제했다.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활약이다. 정윤수는 올해 ‘웨이’ 한길에 밀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첫 대회였던 LCK컵에선 출전도 못 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들어서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단계 성장했다. ‘롤드컵 출전’이라는 꿈을 이룬 뒤에도 그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KT 선수단. 라이엇 게임즈 제공

8강 진출이 확정된 뒤 쿠키뉴스와 만난 정윤수는 2022년 언더독 위치에서 롤드컵 우승을 이룬 DRX를 언급하며 “운과 만났을 때 그것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을 준비해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 2022년 DRX처럼 언더독의 반란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승민의 발전도 눈에 띈다. 이승민은 올 시즌 저점 방어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말릴 때는 한 없이 밀리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된 경기가 한둘이 아니다. 2024년부터 선발로 나선 이승민에게 줄 기회도 이젠 거의 없었다. 본인도 이를 인지한 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승민은 베이징에서 진행한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롤드컵이) 올해 마지막 기회라 인지하고 있다. 시즌 중에 좋지 않았던 한타, 교전력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롤드컵에 들어서자 이승민은 다른 선수가 됐다. 안정적인 다이브 방어는 물론, 한타 때 맹활약까지. 한계를 넘어선 모습이다. 이승민은 8강 CFO전에서 1세트 럼블을 잡고 환상적인 ‘이퀄라이저 미사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2세트 레넥톤, 3세트 사이온 경기에서도 제 역할 이상을 해냈다.

KT는 4강에서 젠지를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열세임이 분명하다. 정규시즌에서만 젠지에게 5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무대가 커질수록 강해졌다는 점은 변수다. KT는 지난 LCK 플레이오프에서 전혀 다른 팀처럼 변신해 젠지를 상대로 짜릿한 3-2 승리를 거뒀다. 그때의 집중력과 경기력이 재현된다면, 이번에도 이변은 충분히 가능하다. 창단 첫 롤드컵 4강에 오른 KT가 어떤 결말의 언더독 스토리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