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다 컸으니, 이제 제 노후 준비”…사망보험금 유동화 첫날 [현장+]

“아이들 다 컸으니, 이제 제 노후 준비”…사망보험금 유동화 첫날 [현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현장 점검…“금융, 고령화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기사승인 2025-10-30 16:15:58
고객이 상담창구에서 유동화 절차와 수령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애들 어릴 땐 사망보험금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제가 쓸 돈이 더 필요하네요.”
(사망보험금 유동화 신청 고객)

30일 오후 2시 20분, 서울 시청 인근 한화생명 고객센터.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시행된 첫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현장을 찾았다. 그는 고객의 실제 유동화 가입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제도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연금 형태로 미리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상담창구에 앉은 고객은 종신보험에 가입한 55세 여성으로,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연금처럼 미리 받는 절차를 밟았다. 상담 직원이 신분증 확인을 마친 뒤, 종신보험 구조와 사망보험금의 개념을 차근히 설명했다. 이후 유동화 금액과 기간을 비교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표를 제시하며 각 조건별 예상 수령액을 안내했다. 고객은 “아이들이 다 커서 이제는 제가 쓸 돈이 더 필요하다”며 실제 유동화를 신청했다. 수령 계좌를 은행으로 연결하고, 수령 계좌 연결과 약 10분간의 설명을 마치자 최종 가입 절차가 진행됐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 위원장은 고객이 서류에 서명하자 “명필이시네요”라며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가입을 마친 뒤, 고객은 “매스컴에서 이 제도를 보고 관심을 가졌는데, 카카오톡으로 안내문이 와서 더 쉽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요즘은 노후가 길어져서 제 생활비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제도의 핵심”이라며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고객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자, 그는 “스스로 꼼꼼히 결정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현재 5개 금융사에서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현금형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형 상품으로도 확대해서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금융이 고령화 시대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하고, 보험이 국민들의 삶을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한화생명 고객센터를 찾아 담당 직원으로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미현 기자

“죽어서 받는 돈, 이제는 살아서 쓴다”…사망보험금 유동화 시작

사망보험금을 노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는 ‘유동화 제도’가 30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5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보험금을 생전 연금처럼 나눠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제도는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9억원 이하)을 담보로, 계약·납입기간이 10년 이상이며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소득이나 자산 요건은 별도로 없으며,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범위 내에서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가 관련 상품을 내놨다. 대상 계약은 약 41만4000건, 총 가입금액은 23조1000억원 규모다. 가입자는 유동화 전용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수령 비율과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 사망보험금 1억원짜리 종신보험(예정이율 7.5%)에 가입해 10년간 매달 25만5000원(총 3060만원)을 납입했다면, 사망보험금의 90%를 55세부터 30년간 유동화할 경우 연평균 168만원(총 5031만원)을 받을 수 있다. 만기 시점에는 잔여 사망보험금 10%(1000만원)를 추가로 수령한다.

유동화 비율을 높이고 기간을 단축하면 단기 목돈 활용도 가능하다. 같은 가입자가 70세에 사망보험금 80%를 5년간 수령할 경우 연평균 962만원(총 4812만원)을 받게 된다. 반대로 유동화 비율을 50%로 낮추고, 나머지 50%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통해 생전 의사에 따라 관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내년 1월 2일까지 전 생보사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며 “보험을 통한 노후 대비 지원과 생활밀착형 금융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