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 자금이 코스피 4000 시대를 맞아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29일 기준 622조3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669조7238억원) 대비 47조3347억원 감소한 규모로, 지난해 7월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한 달 새 29조1395억원이 줄었던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금융권에서는 요구불예금이 증시 활황에 힘입어 투자 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할 수 있어 증권 및 부동산 등으로 이동이 가능한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시스템 ‘프리시스’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주식매수를 위한 예비금)은 29일 기준 85조915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 자금의 증시 이동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27일 4042.83에 마감했다. 2021년 1월 7일 3000선을 돌파한 이후 약 4년 10개월 만에 ‘4000피’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 해소 기대감 및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책 등이 맞물리면서 나온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현재의 강세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9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12개월 기준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제시했다. 강세장일 경우 6000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스피 상승률이 워낙 가팔라서 연내 5000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금의 이동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낮아 은행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요구불예금 금리는 연 0.3% 내외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의 금리 연 2.05%와 비교하면 약 1.75%p(포인트) 차이가 난다. 은행이 요구불예금이 아닌 보통예금으로 자금을 확보할 경우 그만큼 더 높은 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에 활용할 수 있다”며 “사실상 (요구불예금이) 은행의 수익을 내는 ‘예대 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수신 중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커진다”며 “결과적으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현재 주식시장이 과열된 만큼, 요구불예금 이탈 추세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면서 나타난 요구불예금 이탈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금이 과도하게 빠져나갈 경우 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인상이나 상품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사업부 내에서 그런 논의는 아직까지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