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 예산 51조5060억…‘건전재정’ 기조에도 ‘신규·확장’ 방점

서울시 내년 예산 51조5060억…‘건전재정’ 기조에도 ‘신규·확장’ 방점

올해보다 3조3915억원↑…역대 최대 규모
“빚은 안 늘린다” 강조했지만 신규·확장 사업 다수 포함
기존 사업 후순위 예산 배정 밀리기도

기사승인 2025-10-31 06:00:09
지난해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두꺼운 옷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유희태 기자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으로 총 51조5060억원을 편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올해(48조1145억원)보다 3조3915억원(7%)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시는 이번 예산안을 ‘건전 재정 기조 유지’로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신규·확장 사업이 많아 확장 예산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예산안을 발표하며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은 절대 늘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번 예산 집행에 임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4년간 건전 재정 기조를 이어가며 약 6000억원의 채무를 줄여 왔으나 올해는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으로 채무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동행·안전·매력’ 3대 중점 분야…“건전 재정 속 효율적 배분”

내년 예산은 동행·안전·매력 등 세 가지 중점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시민의 삶을 지키는 ‘동행서울’ 16조6686억원 △안심 일상을 위한 ‘안전서울’ 4조3663억원 △건강하고 활력 있는 ‘매력서울’ 2조617억원 등이 각각 편성됐다.

이번 ‘동행서울’ 분야 예산은 기존 ‘약자동행’ 예산보다 포괄 범위가 넓어졌다. 오 시장은 이를 두고 “저소득층만 약자가 아니다”며 “약자동행 사업은 진화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자동행’ 예산은 15조6256억원으로, 올해(14조7655억원) 대비 8601억원(5.8%) 늘었다. 동행서울 분야에는 △취약계층 지원(7조575억원)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7조1642억원) △주거안심(1조7016억원) △일자리·소상공인 지원(7452억원) 등이 포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6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신규·확장 사업 다수…체감형 사업에 집중

서울형 안심조리원, 아동 직업체험 공간 ‘서울 키즈랜드’,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 중장년·시니어 취업사관학교, 폐원 어린이집을 활용한 어르신시설 등 새롭게 조성·운영되는 사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건강관리 앱 ‘손목닥터9988 2.0’에는 ‘서울체력9988’, 치매 예방, 금연 관리 포인트 신설 등을 이유로 약 51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 프로젝트(이하 외없서)’ 중 하나인 ‘서울마음편의점’도 기존 4곳에서 25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마음편의점 추가 조성(8억1200만원)뿐 아니라 외없서 운영 공간인 ‘서울잇다플레이스’도 새로 조성된다. 여기에는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고립예방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며, 예산으로 9억9900만원이 배정됐다.

일부 복지예산은 삭감·보류…“우선순위 고려한 결과”

다만 외없서 일부 사업은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 중·고위험 고립당사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울 연결 처방’은 예산 배정을 미뤘다.

시 관계자는 “사업 자체는 순항 중이지만, 전체 예산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편성하다 보니 현재까진 예산 반영이 되지 않았다”며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소득 어르신·아동 급식 지원, 쪽방주민 동행식당 관련 예산 또한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올해 집행 실적을 고려해 내년 예산이 줄었을 뿐 대상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어떤 특정 분야의 예산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때는 다 합리적인 기준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강 수상교통 예산은 배로 증액

이외에도 한강버스 접근성 개선 등 수상교통 활성화에는 올해(67억6400만원)보다 배로 늘린 132억원이 배정됐다. 오 시장은 “누구나 살고 싶은 서울, 시민 삶을 실질적으로 바꿔나가는 일상혁명을 목표로 ‘동행·매력특별시 2.0’에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3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된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