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서 빛난 K-산업 혁신기술…반도체·자동차·조선부터 웹툰·캐릭터까지 [현장+]

APEC서 빛난 K-산업 혁신기술…반도체·자동차·조선부터 웹툰·캐릭터까지 [현장+]

기사승인 2025-10-31 16:11:42
LG그룹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T’ 77형 28대를 원형으로 배치해 초대형 샹들리에를 연출, APEC CEO 써밋 부대행사 ‘K-테크 쇼케이스’ 행사장에 전시했다. 김재민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다녀간 뒤였지만, 한국 산업의 혁신기술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한 발걸음들은 여전히 분주했다.

아시아태평양(APEC) 정상회의가 개막한 날이자, APEC CEO 써밋 부대행사 ‘K-테크 쇼케이스’의 마지막 날인 31일,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제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장 앞 야외공간 1650m²(500평) 규모의 파빌리온 돔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삼성, LG, SK, 현대차그룹은 물론, 참신하면서도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중소 스타트업들의 제품 및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돔 내에선 두 번 접을 수 있어 화제가 된 삼성의 ‘갤럭시 Z 트라이폴드 폰’과, ‘투명 마이크로 LED’를 활용한 디지털 전시가 펼쳐지고 있었다. 바로 옆 SK그룹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모형과 더불어 AI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기술 등 그룹의 AI 관련 기술들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의 첫 전용 PBV(목적기반차량) 모델 PV5와 더불어, 차량 후면부를 픽업트럭, 밴 등 사용자 기호에 맞춰 탈부착할 수 있는 이지 스왑(Easy Swap) 기술 등을 선보였다. 현대차 부스 관계자는 “이지 스왑에 대한 기술력은 이미 갖춘 상태이며, 이를 어떤 형태로 서비스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APEC CEO 써밋 ‘K-테크 쇼케이스’ 행사장 내 삼성 부스(왼쪽)와, 기아의 PBV(목적기반차량) 이지 스왑(Easy Swap) 기술). 김재민 기자 

LG는 세계 최초 무선·투명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77형 28대를 원형으로 배치해 초대형 샹들리에를 연출했다. 디스플레이의 빛이 옅을 때는 투명함이 강조됐고, 샹들리에가 회전할 때는 디스플레이의 얇기가 강조됐다. 올해 초 미국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시작한 LG는, 곧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돔 밖의 부스에선 중소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볼 수 있었다. 스크린페인트 전문 제조기업 페인트팜은 벽·바닥·천장·유리 등 다양한 공간에 특수 스크린페인트를 뿌려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센서와 생성형 AI 기술 등을 접목해 안내스크린, 방명록 등으로 진보해 나가고 있다. 페인트팜 관계자는 “(천장까지 화면을 확대한) 용산 CGV 4관에 천장스크린을 도입하는 등 점차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벤처기업인 유니코어로보틱스는 자율주행 순찰로봇·휠체어·서빙 등 다목적 개인이동형 서비스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장 부스 관계자는 “자율주행 휠체어의 경우 내년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실제 사용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APEC CEO 써밋 ‘K-테크 쇼케이스’ 야외 행사장 ‘파빌리온 돔’. 맞은편 경제전시장에서 진행되는 ‘K-비즈니스 스퀘어’는 11월10일부터 23일까지 일반 관람이 가능하다. 김재민 기자 

한편, 파빌리온 돔과 마주보고 있는 경제전시장 내에선 ‘K-비즈니스 스퀘어’가 진행되고 있다. 첨단미래산업관을 통해 이차전지, 모빌리티, 반도체, 조선해양은 물론, 화장품, 웹툰 등 전(全) 산업에 걸친 혁신기술을 만나볼 수 있으며, 경북지역 강소기업의 기술 또한 엿볼 수 있다. 특히 K-테크 쇼케이스가 이날 종료된 것과 달리, K-비즈니스 스퀘어는 오는 11월 10일부터 23일까지 일반 관람이 가능하다.

첨단미래산업관 중 조선해양관을 담당하고 있는 HD현대는 이번 전시에서 자율선박운항시스템(Autonomous Ship System), AI기반 용접불량 제어 시스템, 조선업 특화 실시간 음성 통번역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현장 부스 관계자는 “불꽃으로 인해 작업자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용접 화면을 자세히 그리고 정확히 볼 수 있는 데다, 용접해야 할 면과 면 사이의 폭까지 실시간으로 계산해 작업을 조정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제전시장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K-비즈니스 스퀘어’ 조선해양관 부스(왼쪽). 웹툰 등 문화 체험공간에 전시돼 있는 GPT탑재 예술가 로봇 ‘스케쳐엑스(Sketcher X)’가 관람객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김재민 기자 

이러한 K-산업의 혁신기술은 웹툰·캐릭터 등 문화 산업에도 적용된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도 소개된 바 있는 엑스오비스의 ‘스케쳐엑스(Sketcher X)’는 국내 최초 GPT탑재 예술가 로봇으로, 이번 현장에서도 이현세 만화작가 스타일로 관람객의 초상화를 열심히 그려주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도 관람객과 간단한 대화를 하며 지루함을 덜어주는 여유도 보였다.

각 산업에 적용된 AI 혁신기술을 관람하고 나면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화장품 등 경북지역 강소기업들의 기술 또한 마주할 수 있다. 사용 후 배터리 전문기업인 포항 소재 (주)엔다이브는 올해 초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재사용전지 안전성 검사기관으로 지정, 입고된 배터리 팩을 분석해 남아있는 성능을 토대로 재사용 및 재활용(분해)해 새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엔다이브 관계자는 “경북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도 국가기술표준원 인증을 받고 재사용과 재활용 사업을 모두 할 수 있는 회사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