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트랙, 달리는 송지효 [쿠키인터뷰]

최선의 트랙, 달리는 송지효 [쿠키인터뷰]

영화 ‘구원자’ 주연 송지효 인터뷰

기사승인 2025-11-01 06:00:06
배우 송지효. ㈜마인드마크 제공

배우 송지효(44)는 올해로 데뷔 25년 차지만 달리기를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배우, 방송인, 사업가로 코스를 확장하고 있다. 영화 ‘구원자’(감독 신준)도 그중 하나다. 그는 기적을 향한 갈망을 드러내는 영범의 아내 선희 역을 맡아 캐릭터 스펙트럼을 또 한 번 넓혔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신인 때부터 어떤 옷을 입혀도 잘 어울리는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구원자’는 축복의 땅 오복리로 이사 온 영범(김병철)과 선희(송지효)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 모든 것이 누군가 받은 불행의 대가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오컬트다. 11월5일 개봉.

극중 선희는 아들과 불운한 사고를 당한 뒤 저시력자가 된 인물이다. 걷지 못하게 된 아들의 회복을 기도하던 중 실제로 기적이 찾아오자, 자신 역시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송지효는 이러한 캐릭터 안팎을 실감 나게 그리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선희가 기적에 집착하는 과정을 잘 보이고 싶었어요. 모자를 것 없는 삶을 살다가 불행이 찾아오고 욕심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선희가 착용하는 돋보기를 두껍게 제작하자고 제안했어요. 그 두께가 관객에게도 느껴졌으면 했거든요. 막상 써보니 후회했어요. 진짜 안 보였거든요(웃음). 그래도 덕분에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선희가 교회 신도들에게 아들의 기적을 나누다가 시력이 돌아오는 또 다른 기적을 맞는 장면에서는 그의 세밀한 표현력이 돋보였다. “선희가 손을 많이 쓰니까 내 바로 앞에 있는 손이 가장 먼저 보일 것 같았어요. 그러고 나서 공간과 사람들이 차례대로 보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환영을 보고 있는 건지, 믿어도 되는 건지, 이러한 경계가 저한테는 굉장히 연기하기에 재밌는 포인트였어요.”

‘구원자’는 크게 보면 욕망과 결핍, 기적과 대가에 대한 이야기다. 송지효는 철학적인 질문을 거듭 던지는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며 본인만의 답을 내놨다. “대가 있는 소원을 빌 기회가 있다고 해도 대가가 뭔지 모른다면 소원을 말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 노력과 능력으로 살아가는 길을 택할게요.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매번 최선을 다해서 솔직하게 살려고 해요.”

배우 송지효. ㈜마인드마크 제공

송지효는 15년째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하고 있다. ‘런닝맨’ 하면 송지효, 송지효 하면 ‘런닝맨’일 만큼 대중에게 그는 ‘런닝맨’ 멤버로 깊이 각인돼 있다. 예능적 이미지가 연기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정작 본인은 그 단계를 넘어선 듯 보였다. 그는 “‘런닝맨’ 또한 하나의 작품”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마지막까지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런닝맨’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에요. 배우로서 좋은 시기가 오게끔 도와주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게끔 해줬어요. 제 이미지를 바꿔주기도 했고요. ‘여고괴담’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 많이 들어왔었거든요. ‘밝은 것도 할 수 있는데 왜 날 안 봐주지’ 하는 속상함이 있었어요. 20년 전이죠. 제 목소리가 안 된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저음이라서 졸리고 처진다고요. 그렇게 버티다가 ‘런닝맨’에 들어갔고 여러 작품을 저만의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왔죠.”

송지효는 이날 인터뷰 내내 ‘후회’와 ‘최선’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작품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는 배우 송지효를 설명하는 키워드와도 같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계기일지도 모를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포장마차에서 촬영하는 신이었고 소주를 가져다 주면서 대사 한 마디 하시는 연기자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소주 나왔습니다’라는 대사를 3~4시간 연습하시는 거예요. 혹시 발음이 어려우신 건가 해서 왜 그러시냐고 여쭤봤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이 신이 있어서 대사가 주어진 거다’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제가 기회를 당연하게 생각했구나 싶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사라지거나 오지 않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죠.”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