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업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한령(限韓令)’ 전면 해제와 문화·관광 교류 정상화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다. 이번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에 업계에선 한한령으로 경직됐던 양국 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며, 관광과 문화 교류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한령 완전 해제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면세·관광업계 전반에 훈풍이 예상된다. 정부는 2030년 외래 관광객 3000만명, 2033년 40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체 방한객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회복 없이는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460만명을 넘어, 팬데믹 이전인 2019년(602만 명)의 약 73% 수준까지 회복했다. 업계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단체관광 완전 해제·항공 노선 확대·비자 완화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경우, 내년부터 실질적인 시장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가장 많이 찾은 국가는 중국으로, 50만3000명이 방한했다. 다음으로는 일본(37만1000명), 대만(15만5000명), 미국(12만2000명), 필리핀(4만8000명) 순이었다. 다만 중국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회복 속도가 더디다. 일본은 2019년 같은 달 대비 147.6% 수준으로 회복한 반면, 중국은 93.0%에 그쳤다.
업계는 한한령이 해제될 경우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숫자 자체로는 중국인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다른 국가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모두 넘어선 반면 중국은 회복세가 더디다”며 “중국 관광객은 면세점과 카지노업계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고객층”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면 단체보다는 고급 개별 여행객(FIT)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카지노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면 드롭액(고객이 카지노에서 칩으로 교환한 금액)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숙박뿐 아니라 다이닝, 스파 등 부대시설 이용이 늘어나면서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방 관광 활성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여행 플랫폼 클룩(Klook)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의 부산·경주행 고속버스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역 관광상품 예약 건수도 48% 늘었으며, 주요 인기 상품은 △비짓부산패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경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투어 등으로 집계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번 회담이 한한령 해제와 연계될 경우 한중 교류 회복이 관광시장 활성화로, 나아가 지역경제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관광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통역 인력이나 숙박 인프라, 교통 연결망은 수도권에 비해 미비하다”며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단체관광객이 지방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방 관광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