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 치료에 사용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천식 악화를 최대 87%까지 감소시키는 등 효과가 탁월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치료 지속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치료제 산정특례와 보험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중증 천식 치료 보장성 확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9~10월 생물학적 제제(오말리주맙, 메폴리주맙, 벤라리주맙, 레슬리주맙, 듀필루맙) 처방 경험이 있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생물학적 제제는 사람, 동물, 미생물 등 생물체에서 유래한 물질이나 생물체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물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조사 결과, 중증 천식 환자의 63%가 천식 진단 후 10년 이상이 지난 장기 환자였으며, 63.8%는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등의 전신성 동반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은 폐 속 기관지가 예민해져 호흡곤란과 기침, 거친 숨소리 등의 증상을 반복적·발작적으로 일으키는 질환이다. 감기와 천식의 증상은 비슷하지만, 대체로 천식에 따른 마른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등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천식은 만성적이고 재발이 잦은 질환에 속하지만, 꾸준한 진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를 받으면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중증 천식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천식 중에서도 발작성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중증 천식은 흡입치료제 등 일반적인 치료요법을 이어가도 조절이 어렵다. 심한 호흡곤란이 일어나면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입원하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천식은 크게 ‘알레르기성’과 ‘호산구성’으로 나뉜다. 알레르기성 천식은 알레르기 기전 즉 면역글로불린E(IgE) 매개 반응이 주된 천식이다. 반면 호산구성 천식의 경우 주로 제2형 염증 반응에 의한 호산구성 염증이 주된 기전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2형 염증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5(IL-5), IL-4, IL-13 등의 작용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효과적이다.
실제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경험한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10점 만점)는 평균 6.5점으로, 기존 흡입기 및 경구제 치료(3.3점)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천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 지수도 생물학적 제제 치료 전 평균 6.1점에서 치료 후 2.6점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하며 치료 효과와 일상생활의 부담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중증 천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5가지로 선택폭이 넓은 편이지만, 건강보험 급여 조건이 까다롭고 일부는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증 천식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다. 환자들은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받는 데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치료 비용’(96.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외에도 △병원 방문 및 대기 시간(56.8%) △건강보험 혜택 적용의 어려움(49.5%) △어려운 치료비 환급 행정절차(37.9%) 등을 택했다.
생물학적 제제는 제조 과정이 복잡해 비용이 비싼 편이다. 실제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의 연평균 약제비는 약 803만원이었으며, 입원 1회당 환자 부담금은 평균 220만원, 응급실 방문 시에는 평균 58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정특례가 적용돼 본인 부담이 10%로 낮아진다면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지속 또는 다시 시작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환자들은 중증 천식 치료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치료비 본인 부담 경감’(99%)을 꼽았다. 뒤이어 △제한적인 약제 사용(64%) △의료 접근성(46%)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 감소(37%) △낮은 사회적 인식(34%) △악화 관리(19%)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중증 천식은 호흡기 질환을 넘어 전신 건강을 위협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성 질환으로, 중증 호산구성 천식의 산정특례 적용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의료 형평성 확보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김주희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닌 다면적 평가와 지속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만성질환이지만, 근거 기반 진료와 단계별 전달 시스템의 부재로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헌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내년부터 중증 호산구성 천식이 별도 질병 코드화를 통해 정확한 현황 관리가 이뤄지는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아직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임에도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면서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산정특례와 보험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재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의 급여 기준 완화와 산정특례 적용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안수 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도 “중증 환자들이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치료 접근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증 천식으로 인한 이차적인 사회적 비용 역시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