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해빙무드, K-조선·해운 ‘틈새항로’ 연다

美·中 해빙무드, K-조선·해운 ‘틈새항로’ 연다

기사승인 2025-11-04 06:00:20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팩트시트(설명자료)를 공개하며 중국 해상‧물류‧조선 산업 제재 철회를 공식화했다. 미·중 간 긴장 완화 기류가 형성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중간 지점을 공략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중 정상 간 무역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설명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무역업 301조’ 조사에 보복하기 위해 시행했던 조치를 중단하기로 하고, 미국도 중국에 부과했던 항만세를 철회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선업, 中 제재 해소…“마스가 부담 요인 줄어”

미국의 ‘무역법 301조’(국가안보 위협)는 무역상대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의 통상에 부담을 주거나 제약을 가할 경우, 미국이 이에 관해 조사하고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무역 보복 조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지난 9월 중국 선박의 항만 입항 수수료 인상, 정부 조달사업에서 중국계 기업 배제, 중국 국유 해운·조선사의 미국 내 투자 제한 등의 잠정적인 대중(對中)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자회사가 미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다. 제재 대상에는 마스가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D USA홀딩스 등이 포함돼 조선업계의 우려를 샀다. 

그러나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제재가 1년간 중단되면서 한화오션 계열사에 대한 중국의 조치 역시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구체적 조치가 적시되진 않았더라도, 미-중 간 휴전으로 우리 업계가 한 숨 돌리게 됐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마스가로 가는 길 가운데 부담 요인이 하나 줄었다”고 말했다.

해운업, 美 항만세 중단…“운임 리스크 완화”

백악관은 이번 합의에서 중국 항만에 부과하던 항만세 제재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이후 급등한 해운 운임 리스크가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중국의 해상·물류·조선 산업 전반을 조사한 결과, 중국의 불공정 경쟁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은 4월 ‘중국 운항 선박 입항료 정책’을 예고하고, 지난달 14일부터 미국 항만을 찾는 중국 선박에 순톤수당 50달러(약 7만원)의 입항료를 부과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부 교역 리스크 완화 요인으로 여겨진다”며 “해운사 운항비용 완화 및 선복 회전률 개선에 도움이 될 걸 기대하면서도, 관세로 인한 물동량 부진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기에 이를 메우기 위한 미-중 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 휴전…“韓에 유리한 산업 지형”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미·중 양국 간 공급망 복원과 교역 정상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양측의 끊어졌던 관계가 리커플링(관계 재접속)되는 흐름”이라며 “과거와 같은 완전한 관계 복원이 아닌 부분적 완화 수준일지라도, 이번 APEC에서의 정상회담 성과가 산업적 지형을 유리하게 바꿔준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선업에서 한-미간 이해가 서로 대치되는 부분 없는 만큼, 비포장 도로가 보이더라도 미국 시장을 점진적으로 열어간다는 장기적 국익 관점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