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를 위한, 토요타의 도시.’ 일본 나고야에서 차로 50분 남짓 달리자 도로 위 풍경이 달라졌다. 목적지는 아이치현 토요타시(豊田市). 시내에 들어서자 거리를 메운 차량 대부분이 토요타였고, 건물과 상점 곳곳에는 토요타 로고와 굿즈가 즐비했다. 도시 전체가 토요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도시 이름은 일본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 토요타자동차에서 유래했다.
토요타시의 중심에는 토요타의 모토마치 공장이 있다. 1959년 문을 연 아시아 최초의 승용차 전용 공장으로, 규모만 따지면 도쿄돔 34개가 들어간다. 약 9500명의 직원이 하루 550대가량의 차량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 한켠, 토요타의 고성능 브랜드 ‘GR’만을 위한 전용 생산라인이 존재한다. 이날의 목적지인 ‘GR 팩토리’다.
2020년 완공된 GR 팩토리는 △GR 야리스 △GR 코롤라 △LBX 모리조 RR 등 단 세 차종만 생산한다. 직원은 400명 남짓, 하루 생산량은 약 100대, 월 2000대 수준이다. 대량 생산이 아닌 ‘정밀 제조’와 ‘맞춤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입구부터 다른 긴장감이 감돈다.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미세 전자가 설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스마트폰·노트북 등 모든 전자기기 반입이 철저히 금지됐다. 기자들은 스마트폰 대신 공책과 펜을 들고 메모를 시작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는 점이었다. 대량 생산 방식 대신, 사람과 로봇이 함께 움직이며 ‘작은 공방’ 같은 방식으로 차를 조립하고 있었다. 작업 공간에서는 GR 야리스와 GR 코롤라가 일정한 순서 없이 번갈아 등장했다. 생산 효율보다 차량 하나하나의 품질을 우선시하는 구조다.
보디 공정에서는 프론트·엔진·리어 플로어가 각각 제작된 뒤 하나로 결합된다. 컨베이어 벨트 대신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무인운반차(AGV)가 부품을 싣고 각 공정을 뜻하는 ‘셀(cell)'을 연결한다. 정밀 조립을 위해 AGV는 필요할 경우 최대 9분간 정지 상태로 작업이 이뤄진다.
용접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4개의 팔처럼 생긴 로봇이 불꽃을 튀기며 차체를 완성한다. AGV는 컨베이어보다 비용이 높지만, 생산 차종 변경이 쉽고 특정 셀만 중지해 개선 작업을 할 수 있고, 맞춤형 생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조립 공정에서는 로봇팔이 차량 하부의 부품이 들어갈 구멍을 스캔하고, 약 1만가지 부품 조합 중 최적의 조합을 자동으로 선택한다. 0.1㎜ 단위까지 오차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내린다. 작업자는 망치로 철판을 두드리는 ‘타종 검사’를 통해 금속의 울림을 직접 듣는다. 맑은 소리가 나야 합격이다.
조립과 검사 공정으로 이동하자 작업자 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여러 명의 작업자가 동시에 한 대의 차량을 다루고 있었고, 마치 ‘레고를 맞추는’ 듯 세밀한 조립이 이어졌다. 자동화 설비 중심의 기존 공장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검사 공정에서는 고성능 브랜드답게 실제 랠리 주행 환경을 구현한 시험이 진행된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일정 무게의 추를 싣고 롤러 위에서 시속 140km까지 가속한 뒤 제동하고, 다시 후진까지 수행한다. 이 과정은 작업자가 직접 운전해 시행한다. 차량 한 대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대량 생산’이 아닌 ‘한 대’에 집중한 결과다.
스즈키 세이지 GR 팩토리 매니저는 “편차 없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고기능 숙련자들을 선별했다”며 “표준화를 통해 생산 효율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하루 100대·월 2000대 수준의 생산량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지만, 표준화가 안정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을 둘러보는 동안 선배 작업자가 후배에게 손으로 기술을 전수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스즈키 매니저는 GR 팩토리를 ‘양성소’라고 표현했다. 그는 “장인의 기술은 제조업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기술을 이어가는 것이 더욱 높은 품질로 이어진다”며 “GR 팩토리의 목적은 단순히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장을 나서는 길, 머릿속에 남은 인상은 분명했다. ‘빠르게 많이’가 아니라 ‘정확하게 한 대’. 컨베이어가 없는 공장, 사람의 귀로 합격을 판별하는 타종 검사, 그리고 장인의 기술이 이어지는 현장. GR 팩토리는 단순한 자동차 생산 라인이 아니라, 고성능 차량을 위한 ‘공방(工房)’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