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과열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불안까지 겹치며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식고 있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동산 시장’ 이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 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 기대는 여전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오르며 39주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R114가 5일 발표한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1458명)의 절반 이상(52%)이 “내년 상반기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고환율’ 역시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5원 오른 1449.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11일 1449.9원(주간 종가)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매도 물량을 쏟아 내면서 원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수요가 급증,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50원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현상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레벨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달러화 반등은 작년과 같은 강한 미국 펀더멘탈 기대감과는 다르다”며 “오히려 미국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에 따른 반발 매수 성격의 안전선호에 영향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연준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셧다운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는 이러한 달러 강세 압력이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 부양’ 명분도 약해졌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 속보치)은 예상치(1.0%)를 웃돈 1.2%를 기록했다. 1년6개월 만의 최고 분기 성장률이다. 증권가에서는 경기 회복 흐름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2%로, 한국투자증권은 1.8%에서 1.9%로 각각 올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불안해졌다”며 “11월 금통위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후퇴한 상황”이라며 “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끝났거나, 한 번 정도 더 내릴 가능성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