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0년 서해상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고 ‘월북 몰이’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징역 4년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 5명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외에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가의 기본적 존재 의의는 국민 생명 보호에 있다”며 “피고인들은 그 의무를 저버리고 공권력을 악용해 국민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위 공직자인 피고인들이 과오를 감추기 위해 공용기록을 삭제하고, 피격된 국민을 월북자로 둔갑시켜 유가족까지 사회적으로 매장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위기 상황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함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도록 기획·주도한 최종 책임자”라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으로서 첩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하며 은폐 계획에 적극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격된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직접 참석해 울분을 토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데 오히려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며 “안보·수사라인이 아무 조치 없이 조작과 은폐에 앞장섰다. 국민으로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기획수사”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 전 실장 측은 “보안 유지 지시는 통상적인 안보 절차일 뿐 은폐가 아니다”며 “이 사건은 정무적 목적을 띤 수사로,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 측은 “당시 첩보에는 자진 월북 정황이 충분히 기재돼 있었다”며 “검찰이 ‘월북몰이’를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욱 전 장관 측도 “민감한 군사정보(SI)에 대한 보안 유지를 지시했을 뿐”이라며 “정부 차원의 공식 조치 전까지 정보가 새지 않게 한 임시적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노은채 전 비서실장 역시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통상 업무”라고 선처를 요청했다.
이날 재판부는 1심 선고기일을 오는 12월 26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한편,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뒤, 다음날 새벽 관계장관회의에서 사건 은폐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피격 사실을 숨긴 채 해경으로 하여금 ‘수색 중’이라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한 혐의, 월북 판단이 담긴 허위 공문서를 작성·배포하게 한 혐의도 포함됐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노 전 비서실장 역시 보안 유지 방침에 동조해 국정원과 국방부 자료를 삭제하게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씨의 피격 및 소각 사실을 은폐하고 월북으로 둔갑시켰다고 보고 있다.
피고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간 60차례 넘는 공판이 진행됐으며, 대부분은 군사기밀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로 열렸다. 다만, 이날 결심공판은 공개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