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의 ‘연기’ 순애보 [쿠키인터뷰]

한선화의 ‘연기’ 순애보 [쿠키인터뷰]

영화 ‘퍼스트 라이드’ 주연 한선화 인터뷰

기사승인 2025-11-07 06:00:08
배우 한선화. 쇼박스 제공


“하나에 꽂히면 하나밖에 몰라요. 끝까지 마음이 지칠 때까지 해보는 스타일이에요.” 배우 한선화(35)가 영화 ‘퍼스트 라이드’ 옥심과 닮은 구석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연기자로서 매 순간 진심이었다. “인터뷰에 임하는 이 시간도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열렬한 순애보를 숨길 줄 모르는, 현실 옥심 그 자체였다.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사랑스러운 놈 옥심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코미디. 지난달 29일 개봉했다.

한선화가 연기한 옥심은 친구 오빠 태정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다. 태정과 같은 대학교에 가서 캠퍼스커플을 하겠노라 선언하고 수능을 다섯 번 치르고, 직장을 잃게 생긴 태정을 위해 비행기 앞을 가로막을 만큼 순정녀다. 캐릭터 구성이나 장르 측면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만든 캐릭터라는 인상이 없지 않지만, 한선화를 만나 옥심은 한층 사랑스럽고 유쾌해졌다.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어요. 저는 옥심이가 사랑에 진심이고 절대 꺾이지 않는 모습이 멋있었거든요. 그리고 옥심이가 지나가듯 하는 말이 선견지명인 지점도 있었고, 웃음 포인트지만 5수도 대단한 거예요. 그런 부분을 캐치하면서 사랑만 열심히 하는 인물이 아닌, 순수하고 어딘가에 몰두하면 뭐라도 쟁취할 친구라고 느꼈어요.”

한선화의 열정도 옥심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의 대본에는 ‘성실의 아이콘’ 강하늘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손글씨가 빼곡했다. “대본에 필기하는 건 사실 제 습관이지, 자랑은 아니에요. 배우마다 준비하는 방법이 달라요. 자꾸 깜빡거려서 스스로 경계하면서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길을 걷다가도 샤워하다가도 설거지하다가도 좋은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르면 적는 거죠. 공항에서 고백하는 장면에 제 아이디어가 반영되기도 했는데, 제 입에 쉽게 붙도록 대사를 수정했었어요.”

배우 한선화. 쇼박스 제공


본인을 제외하면 모두 남자인 출연진과의 케미스트리를 위해 현장 안팎으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단다. “오빠들이랑은 진짜 친구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대본에 오래된 관계라고 명시돼 있어서 이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겼으면 했고요. 첫 촬영이 하늘 오빠를 골목에서 만나는 신이었는데 정말 긴장했었어요. 다 같이 만난 건 고깃집에서 여행 가자고 하는 장면이었고요. 그때 제가 털털하면서도 싹싹하게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다들 착해서 저를 너무 예뻐해 줬죠.”

‘퍼스트 라이드’ 몇몇 구간은 비주얼 1번으로 꼽히는 차은우의 영상 화보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한선화는 내용상 차은우와 마주할 기회가 없었고, 그가 7월 입대하면서 홍보 활동도 함께 하지 못했다. “촬영장에 놀러 가서 봤을 때 되게 남자답더라고요. 놀랐었어요. 애티튜드가 의젓하다고 해야 할까요. 자주 봤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쉬웠죠. 저로서는 같은 작품에 출연해 영광이었지만 ‘많은 호흡을 맞췄더라면’ 하는 마음도 컸어요.”

한선화는 올해 13년 차 배우지만, 그의 출발점은 2009년 데뷔해 큰 사랑을 받은 걸그룹 시크릿이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가수 출신 배우’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하지만, 그는 이처럼 작고도 큰 변화에 감격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고 발걸음을 묵묵히 옮기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마치 옥심처럼.

“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시간이에요. 시크릿 한선화도 저였고요. 제가 걷고 헤쳐나왔던 시간들이고, 제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큰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에요. 매번 주어지는 작품, 매번 주어지는 역할을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하다 보니 또 다음 작품이 주어지고, 그렇게 ‘퍼스트 라이드’도 만나게 됐어요. 늘 미션처럼 생각하지 않고 좋아해서 했던 것 같아요. 비록 옥심이처럼 해피엔딩을 맞이한 적은 없지만, 옥심이처럼 살려고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