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결승전’ T1 vs KT…롤드컵 정상으로 가는 길, 바텀에서 갈린다

‘통신사 결승전’ T1 vs KT…롤드컵 정상으로 가는 길, 바텀에서 갈린다

기사승인 2025-11-07 06:00:05
T1 ‘구마유시’ 이민형(왼쪽)과 ‘케리아’ 류민석. 라이엇 게임즈 제공

T1과 KT 롤스터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두고 최후의 일전을 치른다. 이번 결승의 관전 포인트는 바텀 라인이다.

두 팀은 오는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 파크 다목적 체육관에서 ‘2025 롤드컵’ 결승전을 갖는다. 통신사 라이벌이 롤드컵 결승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T1은 수차례 위기를 넘기며 끝내 결승까지 살아남았다.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1승 뒤 2연패로 탈락 직전까지 몰렸지만, 100 씨브즈(100T)와 모비스타 코이(MKOI)를 연달아 제압하며 8강행 티켓을 힘겹게 거머쥐었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는 LPL 강팀 애니원스 레전드(AL)를 풀세트 끝에 꺾었고, 이어 탑e스포츠(TES)를 상대로는 완승을 거두며 예상치 못한 반전을 완성했다. 흔들릴 때는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을 지배하는 팀, 그게 T1이었다.

새 역사를 쓸 준비도 마쳤다. 전무후무한 월드 챔피언십 3연속 우승(쓰리핏)에 한 걸음만을 남겼다.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은 또 한 번 왕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새롭게 합류한 ‘도란’ 최현준은 커리어 첫 챔피언을 노린다.

KT의 서사도 T1 못지않다. KT는 그간 롤드컵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5년, 2018년, 2023년 모두 기세를 타다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달랐다. LCK 플레이오프에서 ‘난적’ 젠지를 꺾으며 극적으로 롤드컵에 합류한 뒤, 스위스 스테이지 전승, 8강 셧아웃으로 10년 묵은 징크스를 지워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젠지까지 격침시키며 마침내 결승에 섰다. 언더독의 반란이다.

KT가 우승한다면 팀 창단 이후 첫 월드 챔피언 등극이다. ‘비디디’ 곽보성, 그리고 KT 레전드에서 KT 사령탑이 된 ‘스코어’ 고동빈 감독에게도 생애 첫 정상이라는 의미가 걸려 있다. 13년 동안 문 앞에서 돌아섰던 팀이 드디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소환사의 컵을 바라보고 있다.

핵심은 바텀이다. T1과 KT 모두 위기 상황에서 바텀 라인전 우위로 주도권을 확보한 뒤 이를 스노우볼로 연결해 흐름을 바꿔왔다.

KT ‘피터’ 정윤수(왼쪽)와 ‘덕담’ 서대길. 라이엇 게임즈 제공

T1의 강한 바텀 라인전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구마유시·케리아, 바텀 우위를 바탕으로 오브젝트를 장악하는 것이 T1의 대표적인 승리 공식이다. 이번 대회 역시 다르지 않았다. 특히 8강 AL전이 대표적이다. T1은 어떤 챔피언을 골라도 AL 바텀을 압도했다. 5세트에서는 애쉬-세라핀이라는 변칙 조합을 대회에서 처음으로 꺼내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4강에서 T1 바텀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TES는 시비르-카르마, 코르키-나미 등 라인전이 강한 조합을 꺼내며 T1의 승리 플랜을 흔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쿠키뉴스와 인터뷰한 ‘옴므’ 윤성영 TES 감독은 “바텀 라인전이 핵심이라고 보고 준비했지만 T1이 더 뛰어났다”고 인정했다.

KT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8강에서 브라움·노틸러스·알리스타 같은 안정형 탱커 서포터를 기용한 KT는 4강에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그림을 꺼내 들었다. 상대적으로 체급이 우위인 젠지를 상대로 과감히 바텀 주도권 조합을 선택해 라인전부터 흐름을 가져왔다. 패배한 2세트를 제외하고, 케이틀린-니코, 애쉬-룰루, 칼리스타-레나타 글라스크 등을 뽑아 젠지 바텀을 압도했다. 바텀 주도권에 ‘커즈’ 문우찬의 오브젝트 장악력까지 더해지면서 매치 승리로 이어졌다.

라인전 위주의 밴픽은 선수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하지만 ‘덕담’ 서대길과 ‘피터’ 정윤수는 준비된 플랜을 정확하게 수행했다. ‘스코어’ 고동빈 감독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티어 정리와 밴픽도 중요하지만 결국 플레이로 완성해야 한다. 조합이 완성될 때마다 그에 맞는 운영 방향을 정했고, 선수들이 그걸 경기 안에서 잘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코치진의 밴픽 전략과 절정에 달한 선수들의 기량이 어우러지며 KT의 ‘이변’이 완성된 셈이다.

T1은 안정적인 라인전과 오브젝트 주도 플레이를, KT는 대진마다 달라지는 유연한 밴픽과 라인전 압박을 통해 주도권을 설계해왔다. 초반 라인전의 흐름과 그에 따른 오브젝트 선택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