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해진 일”…롯데손보 노조, ‘당국 조치’ 정면 비판

“이미 정해진 일”…롯데손보 노조, ‘당국 조치’ 정면 비판

기사승인 2025-11-07 18:03:34
롯데손보 노조와 직원들이 7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김미현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조치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은 사측이 오는 1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태 책임이 금융당국뿐 아니라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에도 있다며, 금융당국과 더불어 대주주를 상대로 한 투쟁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주장했다.

롯데손보 노조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 금융위원회 앞에서도 ‘부당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 측 추산 약 240명의 조합원과 직원이 집회에 참석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롯데손보에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적기시정조치는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금융회사에 자본 확충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 경영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조치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는 사업비 절감, 인력·조직 효율화, 부실자산 정리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실시한 경영실태평가(RAAS)에서 롯데손보에 종합등급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잠정등급 ‘4등급(취약)’을 부여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계량평가상 자본적정성은 3등급이었지만, 비계량평가에서 4등급으로 낮아지며 최종 등급이 하락했다. 비계량평가를 근거로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 것은 2005년 쌍용화재 이후 21년 만이다.

롯데손보 노조는 이번 조치를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결정으로 봤다. 지난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이 141.6%로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웃도는 등 재무건전성이 양호한데도, 적기시정조치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주장이다.

김증수 롯데손보 노조위원장은 “작년 10월부터 진행된 감사가 일반적인 절차와 달랐고, 감사 전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며 “새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보험사 간담회를 열었을 때도 롯데손보만 배제됐다. 이미 당국의 입장은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기본자본비율’ 등 새로운 회계 기준 산식을 ‘연착륙’시키겠다고 밝혀놓고, 아직 도입되지도 않은 기준을 적용해 급하게 적기시정조치를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조치 이후 여러 후폭풍에 직면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롯데손보의 후순위사채와 신종자본증권 등급을 각각 ‘A-/부정적’에서 ‘A-/하향검토(워치리스트)’, ‘BBB+/부정적’에서 ‘BBB+/하향검토’로 변경했다. 자본적정성 악화와 퇴직연금 중심의 사업구조로 인한 유동성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신평은 “IFRS17(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양질의 신계약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평가 리스크 확대에 따른 신계약 축소는 장기적인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롯데손보는 퇴직연금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퇴직연금에서 대규모 순유출이 발생할 경우 사업 기반이 크게 악화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증수 롯데손보 노조위원장도 “적기시정조치로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퇴직연금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다음 달 갱신해야 할 금액만 3조원에 달하는데, 갱신이 지연되면 유동성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다만 노조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금융당국뿐 아니라 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이 금융 당국과 더불어 대주주의 쌍방 과실”이라며 “현재 대주주인 사모펀드는 오로지 돈(이익)만 중요하게 생각할 뿐 사람(직원)이나 조직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노조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는 11일 임시이사회에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한다”며 “가처분 소송은 절차상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며 법적 투쟁을 통해 부당한 행정조치의 정당성을 가릴 것”이라고 불복 의지를 드러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