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요인 가운데 한파와 폭설이 폭염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도로 결빙과 시야 불량 등으로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결과다. 이에 강설이 잦은 지역이나 상업용·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윈터타이어 장착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0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파일수와 강설일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보험연구원은 2000년부터 2025년까지의 기후 변수와 자동차보험 손해율, 담보별 사고 발생률 및 사고 심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파일수(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가 많을수록 대인·대물배상 및 자기차량손해 담보의 사고 발생률이 함께 증가했다. 강설일수(일 강수량 0.1mm 이상) 역시 대인·대물배상 사고 발생률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
반면 폭염일수(최고기온 33도 이상)는 사고 발생률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다만 폭염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험연구원은 “폭염은 인지력 저하나 피로 누적 등으로 인해 56세 이상 운전자의 사망사고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즉, 폭염은 사고의 ‘빈도’보다는 ‘심도’에 영향을 주며, 자동차보험 손해율 전체에는 제한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적 관리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일부 보험사가 윈터타이어 관련 특약을 제공하고 있을 뿐, 강설이나 한파로 인한 노면 결빙 사고에도 장착 의무화는 법제화돼 있지 않다.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한파·강설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부 주에서는 기온이 7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윈터타이어나 체인 장착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하고 있다. 캐나다는 윈터타이어 장착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2~5% 할인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보험연구원은 “윈터타이어 장착 여부를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의 주의의무에 반영해 강설·폭설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사고 위험이 커지는 만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국내에서는 갑작스러운 강설과 한파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이례적인 폭설이 내렸으며, 특히 서울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7년 만에 11월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대형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5.4%로, 지난해 같은 기간(81%)보다 4.4%포인트(p) 상승했다. 대형 4사의 시장 점유율은 85.3%에 달한다.
사업비율(평균 16%)을 감안하면 합산비율은 이미 100%를 넘어선 상태다. 전체 업권으로 봐도 손해율은 상승세다. 2022년 상반기 93.3%, 2023년 94.2%, 2024년 96.6%, 2025년에는 99.7%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 변화에 대한 관련 규제나 대비가 아직 부족해 사고가 증가할 경우 손해율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