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처음으로 특검에 출석해 대질신문을 받았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핵심 인물 명씨가 참고인으로 자리했으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조사를 맡았다. 약 8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양측은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관련 기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오 시장과 명씨는 이날 오전 9시40분부터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에서 8시간가량 대질조사를 받았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로부터 미공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후원자 김한정씨로 하여금 조사 비용을 대신 내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은 바 있으나, 특검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오 시장 변호인 측이 지난달 22일 특검팀에 요청해 성사됐다. 오 시장은 조사를 앞두고 같은 달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사실관계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답변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8시간 대질…“평행선” vs “쟁점 정리”
오 시장은 8일 오전 8시59분쯤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광화문 KT웨스트빌딩에 도착해 “공정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또한 지난 3월 보도된 기사 인쇄물을 들어 보이며 “명태균이 우리 캠프에 제공했다고 하는 비공표 여론조사의 대부분이 조작됐다는 기사다. 이것조차도 캠프에 정기적으로 제공된 사실이 없다는 게 포렌식 결과 밝혀졌다”고 했다.
다만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부인하나” “명씨가 보궐선거 전후로 7차례 만났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17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오 시장은 “대납 사실이 없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명씨와의 대질신문에 대해선 “양쪽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긴 했지만 그래도 말하는 정황 등을 보면 특검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조사를 마친 명씨는 “이견이 있는 쟁점들은 다 정리가 잘 됐다”면서도 “오 시장은 증거자료가 나오면 말을 안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도 지금까지 많이 수사해서 정확한 정황 증거들을 다 가지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이에 오 시장은 “5년 전 일이라 소상히 기억하는 게 오히려 어색한 일들이 많다”며 “그런 부분은 솔직히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분수령 맞은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이번 대질조사는 오 시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날 신문 도중 명씨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는 정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오 시장이 보궐선거 당시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비용을 직접 줄 수 없어 김씨에게 빌리러 간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해 왔는데, 이를 뒷받침할 통화 당일 김씨의 행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과 명씨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특검팀은 조사 결과와 관련 증거 등을 바탕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관건은 오 시장의 여론조사 수수·비용 대납 정황 인지 여부다. 최종 결론은 서울시정뿐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이제 특검팀의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