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떨어진다” 저축은행 금리 경쟁 사라진 이유

“갈수록 떨어진다” 저축은행 금리 경쟁 사라진 이유

시중은행과 금리 격차 ‘0.03%p’
대출 감소에 금리 인상 ‘유인 사라져’
건전성 강화 기조에 금리 경쟁 자제

기사승인 2025-11-12 06:00:12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2% 중반대로 내려앉았다.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도 정기예금 금리를 3% 안팎으로 유지하면서 수신액을 늘려가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예금 금리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67%로 집계됐다. 8월 초(3.00%) 대비 넉 달 새 0.31%포인트(p) 떨어졌다. 1년 전(3.56%)과 비교하면 0.89%p 낮다. 36개월(3년) 만기 예금 금리 역시 이달 들어 2.40%까지 하락해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는 공식이 무색해졌다.

최고 금리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저축은행 예금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는 연 2.9%(12개월 기준)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최고 금리(연 3.76%)보다 0.86%p 낮은 수준이다. 공시 대상 중에서는 OK저축은행의 ‘OK e-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과 조흥저축은행의 정기예금 2종이 각각 연 2.9%로 가장 높았다. 지난 9월 초까지만 해도 3%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온라인 정기예금이 190여 개에 달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시중은행에서 3%대 금리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최근 ‘e-그린세이브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를 기존 연 2.85%에서 3.0%로 인상했다. 시중은행 전체 예금상품의 최고 금리 평균(연 2.64%)으로 봐도 저축은행과의 금리 차이는 0.03%p에 불과하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평균 금리(2.9%)가 시중은행(2.49%)보다 확연히 높았지만, 현재는 금리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수신 금리 인상은 부동산 규제 강화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 금리를 앞세워 예수금 유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총량이 줄면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금리 인상 유인이 사라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서, 이에 맞춰 수신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며 “무리하게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은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적금을 유치한다. 저축은행 전체 수신 잔액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101조181억원, 102조3866억원으로 5월 말(98조5315억원)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 등 금융당국의 여신 건전성 관리 강화 요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적금 금리를 높이면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데, 이를 감수하려면 더 높은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는 평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부동산 경기에 편승한 고위험 여신 운용을 지양해야 한다”며 “각 저축은행은 자체 부실 정리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나 부실채권(NPL) 비율 등 외형 지표가 안정적이어야 금융기관으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영업 확대보다는 건전성 관리와 안전자산 위주 운용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급등할 만한 요인은 당분간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