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시설보다 정체성"…동해시, 문화기반 상권재생 전략 '본격화'

"전통시장, 시설보다 정체성"…동해시, 문화기반 상권재생 전략 '본격화'

고령화·소비층 이탈로 구조적 '위기'
'문화가 경쟁력' 로컬리즘 해법 부상

기사승인 2025-11-12 16:46:12
12일 '지역상권의 정체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와 상권 브랜드 전략 수립 방안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동해시)
강원 동해시가 전통시장 쇠퇴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상권재생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시설 개선이나 단기적 마케팅을 넘어 '로컬리즘(Localism)' 중심의 정체성 회복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강원연구원 주최, 시·군 협력과제인 '동해시 정체성 기반 전통시장 브랜드 전략 수립'의 일환으로 열린 '지역상권의 정체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포럼'에서는 시장 쇠퇴의 구조적 원인과 문화적 회복 방향이 각각 제시됐다.

◇ 고령화·디지털 격차…"시장 구조적 전환 시급"

동해시 관내 동쪽바다중앙시장과 북평민속시장의 경우 '고령화'와 '소비층 이탈', '디지털 격차'가 시장 쇠퇴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발표를 맡은 정윤경 타운매니저는 두 시장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두 시장 모두 상인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며, 점포당 하루 방문객이 20명 미만으로 집계됐다"고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동쪽바다중앙시장 상인의 연령대는 60대 37.4%, 70대 이상 29.9%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67.3%를 차지했다. 북평민속시장 역시 60대 36.7%, 70대 이상 11.4%로 고령층 비중이 48.1%에 달했다.

성별로는 동쪽바다중앙시장은 여성 75.3%, 남성 24.7%, 북평민속시장은 여성 65.2%, 남성 34.8%로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력은 동쪽바다중앙시장의 중졸 40.2%, 고졸 36.8%, 북평민속시장의 고졸 52.5%, 중졸 18.4%로 조사돼, 저학력·여성·고령층 중심의 구조가 뚜렷했다.

정 매니저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장시간 노동, 세대승계, 안전 문제가 동시에 취약하다"며 "청년 상인 유입 확대, 디지털 전환, 로컬푸드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쪽바다중앙시장은 체험형 생활편의 시장으로, 북평민속시장은 문화관광형 체류시장으로 특화해 KTX 정차역을 통한 관광객 유입 효과를 지역경제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시장은 물건보다 이야기로 팔아야"…문화가 '경쟁력'

이어 발표에 나선 백영미 강원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통시장의 활성화 해법을 지역의 고유한 문화정체성에서 찾았다.

백 부연구위원은 "동쪽바다중앙시장은 묵호항 개항사와 함께 형성된 해양도시형 시장으로, 어촌 미식과 야간관광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또 "북평민속시장은 200년 전통의 5일장과 소머리국밥 거리 등 생활문화를 중심으로 체험형 민속시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 브랜드는 간판이 아니라 이야기에 담긴다"며 "가나자와 ‘오미초 시장’,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처럼 지역의 기억과 문화를 상품화한 스토리 기반의 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전통시장을 단순한 경제공간이 아닌 생활문화의 중심지로 회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즉, 보조금 중심의 시설정비에서 벗어나 지역의 서사와 정체성을 재해석하는 문화기반 재생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포럼에는 전통시장 상인회, 관내 경제단체, 시민 등 지역 현장 주체들이 폭넓게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 방향이 함께 어우러지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동해시 관계자는 "시장 재생은 단순한 환경개선이 아니라 지역문화의 회복 과정"이라며 "시민과 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자생적 상권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백승원 기자
bsw4062@kukinews.com
백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