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은 줄었는데…‘로또 단지’엔 수만 명 몰렸다

청약통장은 줄었는데…‘로또 단지’엔 수만 명 몰렸다

기사승인 2025-11-13 06:00:10 업데이트 2025-11-13 06:33:28
서울 서초구 반포래미안트리니원. 삼성물산 제공


전체 청약통장 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청약에 5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은 청약통장을 적극 활용하는 반면, 여력이 부족한 이들은 통장을 해지하는 등 ‘청약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1순위 청약에는 230가구 모집에 총 5만4631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37.5대1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진행된 특별공급 청약에서는 276가구 모집에 2만386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은 87대1이었다.

가구형 별로는 전용면적 84.96㎡B형이 531.4대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뒤이어 △84.91㎡A형(457.3대1) △84.96㎡C형(413.5대1) △59.94㎡A형(245.16대1) △59.98㎡B형(198.59대1) △59.85㎡C형(152.31대1) △59.91㎡D형(143.26대1) 순이었다.

이번 청약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에 나선 첫 서울 규제지역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0·15 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축소됐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데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를 정부가 정한 기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로 적용 시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된다. 실제로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18억4900만원~21억3100만원, 전용면적 84㎡가 26억3700만원~27억4900만원 수준이다.

시세 차익 기대감도 청약 열기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98㎡는 지난 10월 65억1000만원, 84.97㎡는 지난 8월 7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또 다른 인근 단지인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는 지난 7월 48억원, 6월에는 48억2000만원에 체결됐다. 이에 따라 분양가 대비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 열기는 수도권으로도 번졌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성남시 분당구 ‘더샵 분당 티에르원’은 47가구 모집에 4721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00.4대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느티마을 3단지를 리모델링한 단지로 규제지역 지정 이전에 분양 승인을 받아 실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로또 단지’로 불리는 인기 분양 단지에는 청약통장이 몰리고 있지만, 전체 청약통장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기준 청약통장 수는 2634만9934개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9월 2851만8236개, 2023년 9월 2724만8358개, 2024년 9월 2679만4240개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을 청약통장 양극화라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약 20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며 “현금 부자들은 20억을 내더라도 청약에 도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자산 여력에 따라 청약통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이런 양극화가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가 점점 오르면서 당첨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기보다는 차라리 옆에 있는 신축이나 구축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해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내년 3기 신도시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런 양극화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