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송작가·수어통역사 직접고용 추진…“이제는 국회가 먼저 바뀌어야”

국회, 방송작가·수어통역사 직접고용 추진…“이제는 국회가 먼저 바뀌어야”

기사승인 2025-11-14 11:32:54
국회 전경 모습. 조진수 기자
국회가 방송작가와 수어통역사 등 프리랜서 인력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방송작가의 근로자성이 법원 판결에서 인정되고, 최근 수어통역 인력의 교체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정작 국회가 노동 보호의 사각지대를 방치해왔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2026년부터 방송 메인작가와 수어통역사를 전문임기제공무원으로, 보조작가는 공무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국회 내부에서는 “국회가 모범 고용주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국민과 국회의 소통을 책임지는 이들이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권리 밖에 놓여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근로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방송작가·수어통역사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10월에는 당사자들을 초청해 고용 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방송작가들은 “프로그램을 책임져도 법적으로는 프리랜서”라고 호소했고, 수어통역사들은 “정치 일정에 따라 교체되는 구조가 안정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국회사무처는 연구결과와 실무 논의 끝에 전문임기제 채용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어통역사 사이에서는 정년 보장을 이유로 공무직 채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사무처 측은 “전문성을 인정하고 합리적 보수체계를 갖추는 것이 오히려 인력 안정성 확보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고용이 이루어지면 현행 시간제 업무는 전일제로 전환된다. 자연히 현재 프리랜서 직위 중 일부는 감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의정활동 지원과 청각장애인 정보 접근권 보장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인력 수요도 있다는 점을 반영해 충분한 채용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국회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첫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내부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을 지적할 자격을 갖추려면 국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 전환은 노동 존중 원칙을 국회가 스스로 실천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향후 예산당국과 협의를 거쳐 관련 예산 확보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정한 채용 절차 마련과, 방송작가·수어통역사의 직위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도 검토할 계획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조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