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지역경제, 최경환 “신산업·청년·인프라 해법” [쿠키 인터뷰]

추락하는 지역경제, 최경환 “신산업·청년·인프라 해법” [쿠키 인터뷰]

기사승인 2025-11-17 06:00:05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12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12 쿠키뉴스 유희태 기자

“지방 경제가 ‘아사 직전’이다. 멈춘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리려면 ‘신산업·청년·인프라’라는 3대 해법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초이노믹스’로 상징되는 확장적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수도권과 지방의 극단적 불균형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지방 소멸 위기를 타개할 핵심 모델로는 ‘신산업 트라이앵글’ 구축을 제시했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 12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을 걱정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력 업종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불확실성,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주거 불안까지 겹쳤다”고 진단했다.

최 전 부총리는 이 같은 경제 위기가 지방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최 전 부총리는 “수도권이 기침만 해도 지방은 몸살을 앓았는데, 지금은 전체 경제가 어렵다 보니 지방 경제는 아사 직전”이라면서 “특히 인구소멸 문제는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고, 학교·병원 등 필수 공공서비스의 붕괴를 초래해 결국 지역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 위기의 축소판’으로 경북을 지목했다. 그는 “과거 구미 전자, 포항 철강 등 산업화의 심장이었지만, 지금은 주력 산업이 떠나고 대체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산업 구조 개편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경북의 현실은 처참하다. 2024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26%(전국 16위)에 불과하며, 인구소멸위험지수는 17개 광역단체 중 1위(0.32)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자 2023년에만 6400명이 넘는 청년이 순유출 됐다. 최 전 부총리는 “한 마디로 경북 경제는 성장 엔진이 멈춰있는 상황”이라며 신산업 유치와 청년 일자리 창출, 핵심 인프라 구축을 통한 위기 돌파가 절실하다고 봤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12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12 쿠키뉴스 유희태 기자


최 전 부총리가 제시한 해법의 첫 단추는 ‘청년’이다. 그는 “생산인구인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청년 인재들이 공부하고 머무를 수 있는 유인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산업 모델로 ‘경북 신산업 트라이앵글’ 전략을 제시했다. 최 전 부총리는 “구미(AI·방산), 포항(소재·2차전지), 경산(ICT)을 묶는 신산업 트라이앵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특화된 분야를 선점하고, 노후 산단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 재편을 위해선 ‘교육 재정의 불균형’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고 봤다. 최 전 부총리는 “초중고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예산이 남아도는데 정작 인재를 길러낼 대학은 15년째 등록금 동결로 ‘빈사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대가 모든 걸 잘하려 해선 안 되고 특화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 특화 대학 졸업생이 지역에 장기 근무할 경우, 지자체가 학자금 융자를 대신 갚아주는 등의 파격적 인센티브를 동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산업과 인재가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물류와 정주 여건의 핵심인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역 최대 현안인 ‘TK 신공항’에 대해 “20조원이 넘는 사업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민간에 떠넘겼다”며 “민간이 무슨 재주로 20조원을 선투자하고 아파트를 지어 회수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덕도 공항처럼 조속히 ‘국가 재정 사업’으로 전환해 물류 허브의 첫 삽을 떠야 한다”고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의료 인프라 붕괴 문제도 거론했다. 경북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37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최 전 부총리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동대구역 SRT는 서울 병원 가는 사람들로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경북 북부 지역(안동 등)에 국립 의대 신설이 시급하고, 지역이 넓은 만큼 원격 의료 시스템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 인프라 확충을 통한 ‘소프트 파워’ 강화도 주문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문화 관광 사업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수적이란 주장이다. 최 전 부총리는 “경북은 신라(경주), 가야(고령), 유교(안동) 3대 문화를 모두 가진 ‘K-문화의 보고’”라며 “단순 숙박·음식업을 넘어 경주 신라 왕궁 복원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콘텐츠 산업과 힐링·치유 관광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 전 부총리는 앞으로의 정치와 국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장관 두 번, 4선 의원을 한 경륜을 활용해 고향 경북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며 “멈춰버린 성장 엔진을 다시 뛰게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