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로 유지했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보유세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전문가는 앞으로 발표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2026년 부동산 가격 공시 추진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69%, 단독주택 53.6%, 토지 65.5% 수준이며 내년에도 이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도는 1989년 도입됐다. 공시가격이란 국가가 토지와 주택의 가치를 산정해 고시하는 가격으로 현재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과 시세 간 격차를 줄이고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립하고 2021년 공시부터 적용했다. 당시 정부는 2022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1.5%까지 끌어올렸지만, 집값 상승과 맞물려 공시가격 급등 문제가 발생했다. 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현실화율을 높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추진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역별·유형별·가격수준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명목으로 2024년에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1주택자를 기준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0% 수준으로 낮추면서 문 정부의 2030년 로드맵은 사실상 폐기됐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로 3년 연속 동결된 상태다.
이재명 정부에 들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69%를 그대로 유지되면서 4년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보유세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유지하더라도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은 보유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한강벨트 등 집값 상승폭이 큰 지역에선 보유세가 30~50%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뷰 전용면적 78㎡ 보유세는 2025년 1204만원에서 2026년 1559만원으로 32.8% 상승한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면적 111㎡의 보유세는 1858만원에서 내년 2647만원으로 42.5% 오를 전망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보유세는 289만원에서 355만원으로 22.8% 증가한다.
국토부는 향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민단체는 이번 결정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3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69% 동결이 중립적 선택인 것처럼 주장했지만, 실제 현실화율은 지난 4년간 계속 하락했다”며 “2023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8% 하락했지만, 실거래가는 36.9% 상승했다. 서울 역시 공시가격이 19.4% 떨어지는 동안 실거래가는 9.3% 올랐다. 공동주택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2020년 67.5%에서 2024년 61%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이 적정하게 과세될 수 있도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고 부동산 유형·가격대별·지역별 형평성 문제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 기준이 흔들리면 복지 정책의 정당성, 지방재정의 지속성, 조세 형평성 모두 위협받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앞으로 나오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였지만, 집값이 오를 때 함께 올리면서 집값 상승 문제가 발생했다”며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임시로 69%로 유지한 것이기 때문에 내년과 내후년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