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대미투자 양해각서 서명…김정관 “상업적 합리성 갖춘 사업 추진”

3500억 대미투자 양해각서 서명…김정관 “상업적 합리성 갖춘 사업 추진”

기사승인 2025-11-14 16:52:03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총 3500억달러의 전략적 투자 운용에 대한 세부내용 합의를 토대로 14일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지난 7월30일 관세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를 한 이후 약 3개월 반 만이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500억달러의 전략적 투자 운용에 대한 세부내용 합의를 토대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양해각서에 따르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Strategic Investment)는 총 2000억달러의 투자와, 우리 기업의 직접투자(FDI)·보증·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1500억달러의 조선협력투자로 구성된다.

2000억달러 규모 투자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되, 투자위원회는 사전에 한국의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commercially reasonable)인 투자’만을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투자’란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단했을 때,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한다. 협의위원회는 사업 관련 각 나라의 전략적·법적 고려사항에 대해 투자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한다. 특히 양국의 국내법과 상충돼선 안 된다는 MOU 제26항에 따라 법적 고려사항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투자분야는 양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는 분야로서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양자컴퓨팅 등이다. 

사업선정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한다. 사업추진에 필요한 자금은 미국의 투자처 선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 45영업일(business days)이 경과한 날 납입한다. 우리가 미국의 투자금 납입 요청을 이행하지 못하면, 미국은 우리가 미납한 투자금액을 채울 때까지 우리가 받을 이자를 대신 수취하게 되며, 관세가 인상될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MOU를 충실히 이행하는 동안에는 이번 합의에 따른 관세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2000억달러 투자는 외환시장 부담 경감을 위해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사업 진척정도(milestone)에 따른 자금요청(capital call) 방식으로 지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불안 등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나 규모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연방토지 임대, 용수·전력 공급, 구매계약 주선 및 규제절차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전체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투자 SPV(특수목적법인, Special Purpose Vehicle)’를 설립하고, 개별 프로젝트별로 ‘프로젝트 SPV’를 설립할 예정이다. 투자 SPV는 다수의 개별 프로젝트 SPV를 관리하는 Umbrella(우산형) SPV의 성격으로서,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해당 프로젝트 SPV가 수취하고, 투자 SPV는 모든 프로젝트 SPV의 수익을 모아서 한국이 투자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 즉, 위험을 통합 관리하는 risk-pooling 구조로서, 설령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성공 프로젝트들을 통해 수익 보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투자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한국과 미국에 각각 5대 5의 비율로 배분되고, 원리금 상환 이후부터는 한국과 미국에 각각 1대 9의 비율로 배분된다. 다만, 일정기간(20년) 내 전체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경우 수익 배분비율 조정도 가능하도록 했다. 상환 이자율은 기준금리와 스프레드(가산금리)의 합으로 구성되는데, 기준금리는 미국 국채 20년물 고정 금리를 적용하고 스프레드 상한은 미-일이 합의한 스프레드보다 30 베이시스 포인트(bp)만큼 더한 값을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프로젝트에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벤더 및 공급업체 선정 시 한국 업체를 우선해야 하며, 개별 프로젝트별로 가능한 한국이 추천하는 한국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정해야 한다. 또한, 투자 이행 과정에서 분쟁이나 갈등이 발생할 경우, 협의위원회 등을 통해 최대한 우호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협력투자 수익 우리 기업에 귀속…재원은 특별법 제정 필요

1500억달러 규모 조선협력투자의 경우 투자위원회가 승인한 사업에 대해 한국 정부는 직접 또는 협의위원회를 통해 조선분야 민간투자, 보증, 선박금융 등을 지원(facilitate)할 예정이다. 이는 2000억달러 투자와 같은 수익 배분방식이 적용되지 않고, 발생하는 모든 수익이 우리 기업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조선협력투자에 대해서도 미국은 연방토지 임대, 용수·전력 공급, 구매계약 주선 및 규제절차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러한 투자 재원 조달은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대미 투자를 전담하는 특별기금을 설립하는 형태로 마련할 계획이다. 투자를 위해 기금이 직접 외화를 조달하며, 외환시장 영향 최소화를 위해 기금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방식보다는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하거나,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등 다른 수단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특별법에는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특별기금의 설치, 투자자금의 조달 및 운용방식, 거버넌스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특별법안 마련 등 준비를 신속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3500억달러 투자를 통해 우리는 관세 인하 성과를 거뒀다.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과 동시에 미국은 우리가 그간 요구해왔던 관세인하를 공동설명자료(Joint Fact Sheet)에 명시하고 이를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미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해 지난 8월7일부터 시행 중이다. 또한, MFN(최혜국대우) 관세가 15%를 초과하는 품목에 대해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충족하는 경우 15%의 관세만 부과됨을 명확히 해 FTA 체결국으로서의 이점을 재확인했다.

현재 부과 중인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232조 관세는 15%로, 목재 제품에 대한 232조 관세는 최대 15%로 조정된다. 향후 부과가 예고된 의약품 232조 관세의 경우 최대 15%가 적용되고, 반도체(반도체 장비 포함) 232조 관세의 경우, 미국이 우리 주요 경쟁 대상(대만)과 추후 타결할 합의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기로 했다.

아울러, 특정 항공기·부품에 대해서는 상호관세와 철강·알루미늄·구리 232조 관세를 면제하고, 제네릭의약품(원료·전구체 포함), 일부 천연자원 등 전략품목에 대해서도 상호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관세 인하 발효시점과 관련해 자동차·부품 관세는 전략적 투자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로 소급 적용되는 것으로 양국 간 합의했다. 목재 제품 232조 관세 인하, 그리고 항공기·부품에 대한 상호관세와 항공기·부품에 들어가는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 면제는 전략적 투자 MOU 서명일부터 발효된다. 

제네릭의약품, 일부 천연자원 등 전략품목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는 연내 개최하기로 한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공동설명자료에 포함된 비관세 관련 이행계획이 합의되는 시점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미 측은 조만간 이러한 관세인하 상세내용을 연방관보에 게재하기로 했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3개월 반 동안 관세협상을 지켜보면서 응원해주신 우리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특히 정부와 원팀(one team)으로 함께 해준 기업인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관세협상 과정에 동고동락하며 함께 해온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 한국은행 등에도 사의를 표하며, 3500억달러가 국익에 부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