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속 노만석 대행 퇴임…수뇌부 공백 속 인선 급물살

내홍 속 노만석 대행 퇴임…수뇌부 공백 속 인선 급물살

신임 대검 차장에 구자현 서울고검장 임명

기사승인 2025-11-14 18:48:36
퇴임식을 마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14일 총장 대행 넉 달여 만에 퇴임한 가운데 검찰 지휘부 인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사퇴한 노 전 대행의 후임에 구자현 서울고검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노 대행이 사의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다만 검찰총장은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돼 구 고검장이 총장 대행 역할까지 맡게 된다.

구 고검장은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지냈고,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 이후 이재명 정부에서 서울고검장으로 발탁됐다. 검찰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고 조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서둘러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 전 대행은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자 논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노 전 대행은 “많은 후배 검사들의 선배로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판단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항소 포기 경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 그는 “검찰 구성원들이 우려를 전한 것임에도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며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춰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 대한 파장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은 대검의 대장동 항소 포기 지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징계법 폐지안을 발의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안팎의 갈등과 정치권의 압박이 동시에 불거진 상황에서, 구 고검장이 향후 어떤 리더십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흔들린 조직 기강을 다시 세울 수 있느냐가 구 고검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검찰 수뇌부 공백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총장·대검 차장검사·서울중앙지검장이 동시에 공석이 된 것은 2009년 이후 두 번째다. 2009년 5월 임채진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표적 수사라는 비판 속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고, 뒤이어 문성우 전 대검 차장 역시 대행을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퇴임하면서 총장·차장 동시 공백이 발생했다. 이후 한명관 전 대검 기조부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차동민 전 수원지검장이 차장으로 임명되기까지 혼선이 이어졌으며, 김준규 전 총장이 취임하기까지 총장 공백은 두 달 가까이 지속됐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