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서 음주운전해도 면허취소 불가”…대법 판단 이유는

“아파트 주차장서 음주운전해도 면허취소 불가”…대법 판단 이유는

기사승인 2025-11-15 20:53:09
대법원. 연합뉴스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해도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단지 내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씨가 경기북부경찰청장을 상대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판결을 최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는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보고, 본격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앞서 A씨는 2023년 6월 술에 취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부터 지상 주차장까지 약 150m가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였다. 경찰은 A씨의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과 길을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볼 수 없어, 운전행위 역시 면허취소 사유인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또 단지 내부는 외부 도로와 경계 부분이 옹벽으로 둘러싸여 구분돼 있고, 관리사무소 직원이 외부 출입을 통제해 도로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조는 도로를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로 규정한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은 소정의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되고, 도로 이외의 곳에서 운전한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A씨가 음주운전한 장소는 도로가 아닌 ‘자동차 주차를 위한 통로’라고 판단했다. 단지가 외부 도로로부터 차단됐고, 주차 구획선이 그어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경비원이 수시점검을 통해 외부인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점 등도 A씨가 운전한 장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경찰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