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AI·로봇 기반 첨단 제조 전환과 그린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모빌리티 허브로서 한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직전 5년(2021~2025년) 국내 투자액 89조1000억원보다 36조1000억원 많은 수준으로, 연평균 25조400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 항목을 세부적으로 보면 △미래 신사업 분야(AI·SDV·전동화·로보틱스·수소 등) 50조 5000억원 △R&D 투자 38조5000억원 △경상투자 36조2000억원 등이다. 단순 생산능력 확장이나 공장 증설에 그치지 않고, AI·로봇 산업 육성 및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 등을 통해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도 기여한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국내 AI·로봇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한 신차 투입을 위한 각 지역 생산 거점 라인 고도화 및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등으로 지역 균형발전 촉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신사업‧R&D‧경상투자 분야 ‘역대 최대’ 투자
현대차의 신사업 투자는 미래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자율제조‧로보틱스, 전동화 및 SDV,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좌우할 첨단 분야에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지속성장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엔드투엔드 딥러닝 모델 기반의 ‘Atria(아트리아) AI’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42dot 및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과 해당 기술 구현을 가속화한다. 이와 함께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 기술을 융합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AI 스스로 공정을 운영 및 최적화하는 미래 AI 자율제조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최근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술 플랫폼 ‘플레오스(Pleos)’를 발표하는 등 SDV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2026년 하반기 차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쳐를 적용한 ‘SDV 페이스카(시험차)’를 공개하고, 기술 검증을 거쳐 양산차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전동화 역량 지속 강화를 비롯해 900km 이상의 긴 주행거리를 갖춘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 등 파워트레인 및 라인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다양한 배터리의 설계 및 개발 역량을 고도화함으로써 배터리 상품성과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키기 위한 배터리 기술 내재화 투자도 강화한다는 목표다.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양산, 수소버스 및 트럭 개발 등 기존 수소전기차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 동시에 다양한 사업군의 그룹사를 통한 수소 생산과 공급, 저장, 활용 등 밸류체인 전 주기에 걸쳐 수소 사회 조기 실현을 위한 생태계 구축 등 수소 에너지 사업 추진 속도도 높인다.
R&D 투자는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신제품 및 핵심 분야 기술 개발 확보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은 후륜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시장별로 현지 소비자의 요구와 환경을 반영한 지역 특화 차량 및 기술 전략을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경상투자는 미래 제조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국내 생산 설비 효율화 및 제조 기술 혁신, 고객 서비스 거점 확대 등에 활용된다.
서울 삼성동에 조성 중인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건설에 돌입할 예정으로, 완공 시 글로벌 혁신 거점이자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는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면 건설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1차 협력사 관세 전액 지원…상생 프로그램 확대
현대차는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실제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현대차‧기아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가 부품 등을 현대차 미국 생산법인(HMGMA)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담하는 관세를 매입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협력사의 관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총 지원 규모는 향후 1차 협력사의 수출 실적 집계 후 확정될 예정이다.
대미 관세 지원은 협력사의 운영자금 확보와 유동성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협력사 경영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1차 협력사뿐 아니라 직접 거래사 없는 5000여개의 2‧3차 중소 협력사까지 포괄해, 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한 신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한 국내 자동차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의 원자재 구매와 운영자금 확보, 이자 상환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해외 판로 개척과 수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아울러 협력사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 모빌리티 부품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와 연구개발, 스마트공장 도입 등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강황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