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선방했지만…‘보험금 폭증’ 보험사 순익 뒷걸음

투자 선방했지만…‘보험금 폭증’ 보험사 순익 뒷걸음

기사승인 2025-11-18 06:00:12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전체적으로는 보험손익이 악화되며 실적 발목을 잡았다. 건강보험·보장성 부문의 보험금 증가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실적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생명·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보·손보사 13곳의 올해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3조2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3조4274억원에 비해 5.7% 감소한 수준이다.

먼저 생명보험사들은 대체로 선방했다. 주요 생보사 6곳의 3분기 합산 순익은 1조4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다만 이는 투자손익 확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험손익은 대부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 순익을 보면 삼성생명이 72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대규모 부동산 처분익이 반영돼 투자손익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교보생명도 3021억원으로 17%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신한라이프 역시 1702억원으로 10.4% 늘었다.

반면 한화생명은 1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 감소했다. 보험손익이 –3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34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할 예정 보험금에서 실제로 준 보험금을 뺀 ‘예실차’가 악화되고 손실부담계약 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보험금 예실차는 –14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7억원 확대됐다. 건강보험 중심의 신계약이 늘면서 생존급부 지급이 증가했고, 3분기 영업일수가 길었던 점도 보험금 지출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생명도 투자손익 축소 영향으로 561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33.1% 감소했다. 미래에셋생명은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 제거 효과가 반영돼 49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661% 증가한 수치로, 기저효과가 두드러진 실적이다.

생보업계는 3분기 건강보험 경쟁 심화, 지급보험금 증가, 예실차 악화, 일부 회사의 손실부담계약 비용 발생 등이 겹치면서 보험손익이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금리 변동성 완화와 주식·대체투자 회복으로 투자손익이 개선돼 순익 하락폭을 일정 부분 완충했다는 평가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손보사, 車보험 손해율 상승 직격탄… 보험손익 하락폭 더 커

손해보험사 7곳의 3분기 합산 순익은 1조7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생보사보다 하락폭이 훨씬 컸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장기보험에서도 보험금 증가세가 이어지며 보험손익이 악화한 영향이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화재는 3분기 5380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자동차보험에서 648억원 적자가 났고, 보험금 예실차도 –449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2.9% 소폭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는 4638억원으로 6.3% 감소하며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DB손보는 2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2% 감소했다.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상승과 자동차보험 558억원 적자가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 현대해상은 1832억원으로 13.7% 감소했으며, 한화손보는 716억원으로 15.8% 줄었다. 

반면 농협손보는 보험손익이 예년 대비 개선되면서 순이익이 21.6% 증가해 업권 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KB손해보험은 보험손익이 1549억원으로 전년(1894억원) 대비 감소했으나, 투자손익이 448억원에서 1319억원으로 확대되면서 3분기 순이익이 20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7% 증가했다.

손보업계 전반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 정비수가 인상, 과잉진료와 의료 이용 증가, 폭염·집중호우 등 기상재해까지 겹치며 손해율이 악화된 것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장기보험에서도 입원·수술·간병 담보의 손해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예실차가 악화돼 보험손익 하락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화재는 지난 13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합산비율 수준을 고려해 내년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