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KT 차기 CEO 레이스…“조직 안정 위해 내부 인사 필요” 목소리도

막 오른 KT 차기 CEO 레이스…“조직 안정 위해 내부 인사 필요” 목소리도

기사승인 2025-11-17 18:02:04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공개 모집 접수가 마감된 가운데 해킹 사태로 흔들린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내부 출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요구가 KT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지원 KT 차기 CEO 공개 모집 접수에는 약 3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5일부터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진행하며 △외부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 △주주추천 △관련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원자 수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해킹 사고 이후 KT 내부에선 조직 이해도와 기술·현장 기반을 갖춘 내부 전문가가 적임자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통신 업계에서는 “현재 KT는 내실을 다지고 해킹 사태로 인한 사고 수습에도 나서야 하기에 외부인사가 CEO를 맡게 된다면 외부 인식이나 여론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영섭 KT 대표가 해킹 사고로 연임을 포기하며 차기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구현모 전 KT 대표도 이번 공모에 불참하며 사실상 내부 인사를 지지했다.

구 전 대표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의 왜곡된 지배 구조 아래에서 다시 심사받는 것은 온당한 길이 아니다”라며 “KT의 지배 구조가 왜곡된 결과로 탄생한 이사회로부터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 이는 3년 전 사태를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온당한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KT의 역사도, 문화도, 기간통신사업자의 역할과 책임도 모르는 분들은 참여를 자제해 달라”라며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AI 전문가가 KT를 이끌 대표가 될 수는 없다”며 내부 인사와 기간통신망 운영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T 노조는 낙하산 논란 없는 새 CEO 선임을 위해 정치권과 외부 세력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KT는 정권 교체시기마다 반복된 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다.

직전 KT 대표 선임 과정에서도 지난 2022년 11월 구 전 대표는 연임을 공식화하며 KT 이사회도 차기 CEO로 내정했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형평성 지적까지 이어져 완전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 이사 선임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김영섭 KT 대표 선임까지 5개월 간 직무대행 체재로 경영 공백을 겪었다.

제1노조인 KT노동조합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사이비 IT‧AI 전문가나 경쟁사 출신은 단호히 거부하고 KT 내부적 혼란을 틈 타 정치적 배경이나 외부로비로 선임되는 인사는 KT를 과거의 혼란으로 되돌릴 뿐”이라며 “차기 CEO는 국민기업 KT를 깊이 이해하는 통신전문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KT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 선임된다면 내부 기반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며 “우리의 고객과 업계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선임되어야 한다”라고 낙하산 인사를 견제했다.

KT새노조도 “이사회는 이번 권한 강화에 대해 낙하산 방지와 투명한 인사 원칙을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하며 동시에 해킹 사태‧구조조정‧직원 사망 등으로 이어진 경영 실패에 대해 분명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모 지원한 후보 중 KT 출신 인사로는 김태호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남규택 전 KT 부사장(현 지누스에어 부회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윤경림 전 KT 사장, 홍원표 전 삼성SDS 사장 등이 응모를 했거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KT 현직 인사 중에서는 이현석 현 커스터머부문장이 지원했다.

KT는 조만간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외부 및 사내 후보를 놓고 서류 및 면접 평가 등을 거쳐 연내 대표 후보 1인을 선정할 계획이며 차기 대표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