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서 브랜딩...젊어진 항공사들, 서비스 넘어 ‘콘텐츠 경쟁’ 

하늘 위에서 브랜딩...젊어진 항공사들, 서비스 넘어 ‘콘텐츠 경쟁’ 

기사승인 2025-11-19 06:00:09
제주항공 기내승무원팀이 진행하는 퍼스널 컬러. 해당 이벤트들은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제주항공 

항공사가 이동 수단을 넘어 ‘경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안전과 서비스라는 전통적 경쟁 축에 더해 자체 콘텐츠·브랜딩을 앞세운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승무원의 재능을 활용한 감성 이벤트가 등장했고, 남성 승무원만 배치한 항공편으로 관행을 깬 사례도 나왔다.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며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위기 속에서 젊은 고객층인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항공 산업의 패러다임이 ‘이동’에서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CC는 여전히 비용 증가·노선 수익성 악화·고객 충성도 한계 등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은 경험 기반 콘텐츠다. 가격은 쉽게 따라잡을 수 있지만, 특정 감성·캐릭터 IP·승무원 스토리텔링·지역 관광과의 협업 등 브랜드 고유의 색을 담은 경험은 모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6일부터 스타필드에서 스누피 협업 관련 광고를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 제공

그간 항공업계는 안전·정시성·서비스 품질을 중심으로 경쟁해 왔다. 그러나 LCC 확대로 서비스가 상향평준화되고 요금 체계가 단순화되면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조금씩 달라졌다. 특히 MZ세대는 항공사를 단순 운송 수단이 아닌 여행의 첫 장면으로 인식한다. SNS에 기록될 순간, 특별함이 담긴 경험, 웃음을 주는 요소 등이 구매 요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곳은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승무원의 개인 재능을 기내 서비스로 끌어들여 타로·마술·캘리그래피·라디오 등을 운영하면서 ‘하늘 위 엔터테인먼트’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동 과정 자체를 작은 콘텐츠로 만든 셈이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퍼스널컬러를 받은 한 SNS 이용자는 “기내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심심한 비행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에어부산은 최근 남성 승무원 5명만 배치한 항공편을 선보이며 이슈가 됐다. 에어부산 유튜브 캡처 

승무원을 앞세운 브랜딩은 다른 항공사로도 확산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남성 승무원 5명만 배치한 항공편을 운영해 주목받았다. 단발성 화제를 넘어서 해당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48만 건을 기록하며 브랜드 인지도 자체를 끌어올렸다.

이스타항공은 한발 더 나아가 승무원을 크리에이터로 육성한다. 취항지 소개·일상 브이로그를 직접 운영하도록 하고, 내부 오디션을 통해 ‘재능이 있는 승무원’을 선발해 영상 콘텐츠에 출연시킨다. 승무원이 회사의 ‘얼굴’이자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구조다. 

진에어 역시 기내 이벤트 전담팀 ‘Delight JINI’를 두고, 캐릭터·특정 테마·시즌 이벤트를 전문적으로 기획한다. 기내 이벤트를 하나의 전용 상품처럼 다루는 시도다. 이처럼 승무원·팀·콘텐츠 기획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소비자에게 비슷한 가격이 아닌 차별화된 경험으로 선택받겠다는 것이다. 

에어로케이는 패션 브랜드 '마뗑킴'과 협업했다. 에어로케이 제공


IP·관광·패션…항공 콘텐츠는 ‘협업 산업’으로 확장 중

최근 경험 중심 기내 서비스는 외부 산업과의 협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글로벌 캐릭터 ‘스누피’를 활용해 카운터·기내·홈페이지 전체 디자인을 재구성했다. 스누피 유니폼을 입힌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굿즈까지 판매했다. 또, 홍대입구역 역내 등에는 스누피와 이스타항공 로고를 접목한 디자인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에어서울은 이를 ‘관광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요나고 증편을 기념해 ‘명탐정 코난’ 테마 비행을 운영하고, 괌 노선에서는 ‘수고했괌’이라는 연말 참여형 콘셉트를 적용했다. 지역 IP·현지 관광 요소와 기내 이벤트를 결합해 ‘노선별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다. 단순히 항공사 브랜딩을 넘어 지역 관광 활성화까지 확장된 모델이라는 의미가 있다.

에어로케이는 패션 브랜드 ‘마뗑킴’과 협업하며 ‘패션 항공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젊은 고객층이 선호하는 감성을 기내·지상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여 ‘항공=트렌드 콘텐츠’ 공식에 힘을 실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