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수도권 쓰레기는 소각이나 재활용을 거쳐야만 땅에 묻을 수 있는 직매립 금지 제도가 시행된다. 서울시의 공공 처리 시설 확충이 지역 반발로 사실상 멈춘 가운데, 자치구들은 내년에 대비해 민간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직매립 금지가 이미 4년 전부터 예고돼 온 만큼 시 차원의 대비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매립 금지 코앞…자치구, 민간 계약 속도전
시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서울·인천·경기)는 17일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한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직매립 금지는 소각·재활용 후 잔재물만 묻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지난 2021년 7월 마련됐다. 이에 2026년부터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시는 지난 4년간 소각장을 비롯한 공공 처리 시설 한 곳도 늘리지 못한 상황이다.
1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각 자치구는 직매립 금지를 1년 앞둔 올해 들어 재활용·소각 등 쓰레기 처리 용역 입찰 공고를 잇달아 내고 있다. 금천구는 17일 오후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2026~2028년 생활폐기물(종량제봉투) 민간 위탁 처리’ 용역 입찰을 긴급 공고했다. 3년간 쓰레기 6만톤을 처리하는 대가로 126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이다. 송파구도 지난 13일 1년간 1만5000톤을 재활용 처리하는 데 16억5000만원을 내겠다는 긴급 공고를 올렸다.
금천구는 25개 구 중에서도 유일하게 자원회수시설(공공 소각장)을 이용하지 못했던 자치구다. 구에서 생기는 쓰레기 처리는 인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맡겨 왔으며, 2020년 반입총량제 시행에 따라 민간 소각장에 일부 처리를 위탁했다. 현재 구가 올린 공고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연간 폐기물 발생 예상치의 약 70%를 추산한 물량이 반영됐다.
동작·영등포구 등도 3년에 이르는 장기 용역 입찰을 올해 공고한 바 있지만, 각각 27억268만8000원(1만4100톤)과 19억3783만원(1만1399톤)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처리 규모도, 지급 액수도 금천구가 가장 크다. 쓰레기를 맡길 만한 공공 처리 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금천구로선 장기 계약이 처음”이라며 “환경부의 제안에 따라 소각뿐 아니라 재활용 위탁 처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소각 처리 단가가 비싼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송파구가 생활폐기물 위탁 처리 용역 공고를 올린 것은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3월 구는 2027년까지 3년간 쓰레기 3만톤을 소각하는 데 67억65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위탁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재활용 위탁 처리가 더해진 데 대해 구 관계자는 “환경부가 (생활폐기물) 재활용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만큼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비교적 단가가 저렴해 예산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다 보니 실제 운영 결과를 살펴보고 장기로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구는 지난 7월 생활폐기물 재활용 처리 시설 건립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단독 응찰 업체의 적격성을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설치 가능성은 오리무중이다. 공익성을 알면서도 집 마당을 내줄 수는 없다는 이른바 ‘님비 현상’을 우려해서다. 구 관계자는 “아파트가 이미 가득 들어찬 상황에서 쓰레기 소각장이나 재활용 처리 시설을 건립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타당성이 있는지만 살펴봤다”고 밝혔다.
멈춰 선 공공 처리 시설 확대…전문가 “재활용 중심으로 증설해야”
이같은 자치구들의 민간 위탁 속도전은 서울시의 공공 처리 시설 증설 지연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마포자원회수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전체 쓰레기 처리 용량 확충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마포구는 악취·환경 피해를 우려해 신규 소각장 설치와 기존 시설 연장 모두를 거부한 반면, 시는 “생활폐기물 처리는 전 시민의 불편과 직결된 문제”라며 맞서 왔다.
전문가들은 지난 4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시가 쓰레기 처리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며 재활용 중심 처리 시설 마련을 촉구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서울시가 지난 시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나태하게 나온 데는 좀 더 엄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면서 “강원 고성군 폐기물 종합처리시설의 사례를 참고, 일반 쓰레기를 분류하는 ‘전처리 시스템’을 통한 재활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소장은 “전처리 시스템이 도입된 재활용 처리 시설은 소각이나 매립이 이뤄지지 않아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입지가 결정되면 사실상 최소 6개월 안에 지을 수 있다”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도시 안에서 짓는 경우 밀폐 장치를 설치해 (다른 시설만큼) 악취가 새어나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