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를 갈아엎는 굉음 속, 제네시스 마그마의 ‘심장’을 보다 [현장+] 

타이어를 갈아엎는 굉음 속, 제네시스 마그마의 ‘심장’을 보다 [현장+] 

실제 차량 제작부터 정비까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워크샵(GMR)

기사승인 2025-11-21 09:23:09
GMR의 첫 하이퍼카 ‘GMR-001’ 외관. 김수지 기자 

“박스, 박스(Box, Box)!”


영화 에서나 듣던 그 짧고 강한 멘트가 실제로 귀를 때렸다. 곧이어 에어건이 금속을 쏟아내듯 폭발적인 소리를 냈다. 볼트가 풀리며 튀는 짧은 금속음 그리고 다시 조여지는 타이어 소리. 불과 몇 초 동안 여러 층의 소리가 한꺼번에 겹쳐지며, 피트스탑 특유의 긴장감이 공기를 완전히 장악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워크샵(GMR)에서 ‘레이스 현장’이 얼마나 생생한지 엿볼 수 있었다.

프랑스 남부 르카스텔레. 다음해 WEC(세계내구레이스) 출전을 앞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은 20일(현지시간) 전세계 기자단을 대상으로 ‘마그마 레이싱 워크샵’을 열고, GMR 프로젝트의 핵심 공간을 처음 공개했다. 이곳은 샤시 공급사 ‘오레카(Oreca)’에서 차로 5분, 폴 리카르 서킷과도 인접한 하이퍼카 개발·엔지니어링·팀 운영의 본거지다. GMR 워크샵은 연면적 2949.1㎡(약 892평)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전략보다 실행”… 시릴 아비테블 감독이 말한 첫 시즌 목표

시릴 아비테블 현대모터스포츠팀 감독이 설명하고 있다. 김수지 기자 

워크샵은 시릴 아비테블 현대모터스포츠팀 감독의 설명으로 시작됐다. 그는 “레이싱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만 우리는 적절한 사람 적절한 장소 적절한 파트너십을 통해 계획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WEC 첫 해 목표로 “안전하게 출발하고, 완주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꼽았다. 경쟁력은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GMR 워크샵 2층에 전시된 전면부·후면부 파츠에는 제네시스가 레이싱에 어떤 철학을 담았는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안내를 맡은 클레망 아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선임 전략 엔지니어는 조명과 형상이 단순한 외형을 넘어 성능과 안전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면부는 전체 성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공력 구조의 핵심”이라고 말하며 실제 주행 차량에서 떼어온 파츠를 직접 보여줬다. 비가 오면 점등되는 경고등, 피트스탑에서 식별을 돕는 색상 조명은 규정에 맞춰 설계됐으며,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구조는 브레이크 냉각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클레망 아유 엔지니어가 차량의 전면부를 설명하고 있다. 김수지 기자 

클레망 아유 엔지니어는 오레카와 함께 디자인과 공력을 조율했다고 설명하며 양산차 기술과 레이싱 규정이 어떻게 혼합되는지 소개했다. 그는 “중량은 규정을 초과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며 동시에 제네시스만의 정체성을 녹여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파츠는 한 사람이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고, 전체 차량 무게는 약 1100kg이지만 이는 규정 범위 안에서 조정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이트 디자인과 공력 구조를 통해 트랙에서 ‘제네시스’임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1년 만에 여기까지’… 첫 하이퍼카 GMR-001
 
지상 1층에서는 GMR의 첫 하이퍼카 ‘GMR-001’을 가까이서 살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저스틴 테일러 총괄 엔지니어는 전시 차량에 대해 “단순한 쇼카가 아니라 실제 테스트를 거치는 개발용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차량은 첫 주행 이후 현재까지 약 1만6000km를 달리며 다양한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했다. 엔진은 GMR-001만을 위해 만든 트윈터보이며, 젖은 트랙과 고온 조건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도록 테스트를 반복했다.

GMR의 첫 하이퍼카 ‘GMR-001’. 김수지 기자 

테일러 엔지니어는 최근 30시간 연속 주행 테스트를 완료했다며, 이는 르망24시보다 긴 조건에서 차량의 한계를 점검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완성도는 약 30%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GMR-001은 조립과 검증을 반복하면서 몇 시간 안에 100% 성능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트스탑 시연도 볼 수 있었다. 급유와 드라이버 교체, 타이어 교체가 정해진 순서대로 이어졌다. 타이어는 약 9초 안에 교체됐고 전체 과정은 약 40초 내로 마무리됐다. 현장을 설명한 담당 엔지니어는 “차량이 박스 선 하나만 밟아도 패널티가 적용될 만큼 규정이 엄격하다”고 말했다.

피트스탑 시연. 김수지 기자 

피트스탑은 인원 구성도 효율이 핵심이었다. 타이어 담당 4명, 급유 담당 3명, 컨트롤러 1명, 드라이버 교체 보조 1명으로 역할이 나눠져 있으며, 모든 크루는 어떤 상황에서도 동일한 동작을 수행하도록 반복 훈련을 거친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팀 전체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며, 내구 레이스에서는 이 과정 하나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을 지켜보는 동안 아까까지 들렸던 타이어 마찰음과 에어건의 금속음이 다시금 귀에 생생하게 남았다.

현장에서 만난 재키 익스 제네시스 브랜드 파트너 겸 GMR 레이싱 어드바이저 드라이버는 “제네시스는 창립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이고 완전히 백지에서 마그마팀을 구축했다”며 “모터레이싱은 한국에서는 새로운 도전이며 무에서 유를 만드는 영역이지만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미리미리’ 정신처럼 제네시스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키 익스 제네시스 브랜드 파트너 겸 GMR 레이싱 어드바이저 드라이버. 김수지 기자 

GMR 워크샵을 빠져나오는 길에도 피트스탑에서 들린 타이어 마찰음과 금속음이 계속 귀에 남았다. 설립 1년이 채 되지 않은 팀이지만 워크샵 곳곳에는 이미 체계적인 운영 구조와 레이스 시스템이 잡혀 있었다. 제네시스는 GMR-001을 앞세워 내년 WEC 하이퍼카 클래스 데뷔를 준비 중이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럭셔리 고성능’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