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공간에 반복되는 장애인 비하…왜 끊기지 않나

공적 공간에 반복되는 장애인 비하…왜 끊기지 않나

사회 통념과 처벌 공백이 불러온 악순환
전문가들 “강력 처벌법 필요”

기사승인 2025-11-22 06:00:05
쿠키뉴스 자료사진

장애인을 향한 혐오 발언이 공적 공간에서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에서조차 비하 표현이 공개적으로 오가는 현상은 개인 일탈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장애 인식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향해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을 두고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 “오히려 그런 일부 약자성을 무기 삼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고 언급하거나, 진행자의 비하성 발언에 웃으며 호응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 의원은 “사회 공적 공간에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될 차별과 혐오 언어가 소비됐다”며 박 대변인을 최소한의 공적 조치로 고소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장애인단체들은 “혐오와 조롱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없이 자행한 행태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며 박 대변인 사퇴를 촉구했다.

공적 공간에서의 장애인 비하 언행은 이례적이지 않다. 2014년 서울 일부 지하철 내부에 ‘시각은 능력이다’는 문구가 붙었다가 교체됐고, 2017년 한 연예인이 공연 도중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사과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혐오 표현을 가장 많이 접한 곳으로 ‘방송매체’(56.4%)가 꼽히기도 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공개석상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이 반복되는 이유로 사회적 통념을 지목한다. 장애인을 인식하는 다수의 시각에 이미 뿌리 깊은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당 대변인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사회 일반적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며 “장애인을 인식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 투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장애인을 열등하게 취급해 온 역사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책임 강화와 시민의식 성숙이라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 통념을 바꾸는 것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엄중한 책임을 묻는 현실적 제도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장 관련 발언을 못 하도록 엄중한 책임을 무는 게 방법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인들일수록 공적으로 소비되는 곳에서는 본인 역할과 책임의 무게를 알고 행동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영웅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원장 역시 “타인의 정체성을 근거로 공격하는 건 자유나 권리가 될 수 없다”며 “발언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지게 하는 법이 도입돼 강력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도 마련과 더불어 시민의식이 뒷받침될 때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원장은 “법은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의식이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