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재취업 플랫폼으로…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직업훈련·정책연구 [인생 2막, 일자리 2막②]

중장년 재취업 플랫폼으로…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직업훈련·정책연구 [인생 2막, 일자리 2막②]

서울시 중장년 정책 견인…데이터 기반 일자리 지원 강화

기사승인 2025-11-24 06:00:10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4050 중장년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한 구직자가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유희태 기자

# 지난 30년간 쉬지 않고 일해 온 50대 A씨는 2023년 건강 문제로 퇴사했다. 이후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수십 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했던 경력도 ‘제2의 인생’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력서를 제출할수록 탈락 메시지도 쌓여만 갔다. 거듭된 실패에 떨어지는 자존감도 잠시, A씨는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문을 두드렸다.

퇴직과 정년 이후의 삶에는 휴식만 있지 않다. 40~60대 중장년은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책임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른바 ‘낀 세대’다. 이에 따라 인생 후반전을 새롭게 준비하는 중장년층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재취업과 경력 전환을 돕기 위한 연령대별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16년 설립된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중장년 대상 통합 지원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순한 복지를 넘어 일자리 발굴, 직업 훈련, 고용 문화 연구 등을 아우르는 중장년 정책 전문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중장년(만 40~64세) 인구는 약 350만명이며, 이 가운데 경력 전환을 준비하는 비중은 53.7%로 추산된다. 서울 거주 중장년 187만여 명이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2022년 중장년 집중 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을 발표했다. 조기 퇴직 등으로 전환기를 맞은 중장년 세대가 일자리 역량을 높이고 안정적 노후를 설계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재단은 시의 정책 방향에 맞춰 직업 훈련·일자리 연계 등 재취업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중장년, 다시 일터로”…단계별 맞춤 지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주요 사업은 △일자리 지원 △직업 훈련 △창업 지원 △정책 연구 등으로 나뉜다. 재단을 중심으로 권역별 캠퍼스 5곳과 자치구 기반 센터 13곳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중장년 채용설명회’와 ‘일자리박람회’가 대표적 일자리 지원 사업이다. 채용설명회는 기업이 캠퍼스를 찾아 직무 설명과 현장 면접 등을 진행하는 행사로, 지난해 기준 72회 열렸다. 3426명의 지원자 중 20.3%가 취업에 성공했으며 고용보험 가입 일자리 비율은 88.4%였다.

대기업·중소기업이 한 장소에 모이는 ‘일자리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다. 매년 한 차례 열리며 올해는 121개 기업과 구직자 4553명이 참가해 8378명이 상담·면접에 참여했다. ‘중장년 경력인재 지원’ 사업은 재취업 희망자 450명에게 채용형·체험형 일자리를 연계해 직무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4050 중장년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백발의 구직자가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희태 기자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는 지역사회 복지·공공시설과 연계한 공헌형 일자리를 제공한다. 올해 총 5700명을 모집했으며, 중장년이 보유한 경험과 전문성의 사회적 활용에 방점을 뒀다. 60세 이상을 위한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에서도 플랫폼 ‘시니어 인력뱅크’와 시니어 잡(job) 챌린지 등을 운영 중이다.

직업 훈련도 다양하다. ‘4050 직업훈련’은 개인별 역량에 맞춘 실전형 훈련으로 연간 구직자 1500명이 참여한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연간 127개 과정으로 구성돼 지금까지 3070명이 수료했다.

안정적 창업을 위한 공간과 컨설팅도 제공한다. 재단은 우수 아이템·기술을 갖춘 기업에 공유 사무실을 제공하고, 경영 자문 등 사업화 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131개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입주사 61곳이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연구에서 지원으로…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

재단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업 집행에 그치지 않고 정책 연구와 데이터 축적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매년 중장년층의 일자리 실태와 고용 의향을 조사해 정책 설계의 근거로 활용한다. 올해 발표된 ‘서울시 중장년 1만명 일자리 수요조사’는 국내 지자체 중 최대 규모 단위다.

퇴직 이후의 삶을 ‘끝’이 아닌 ‘다음’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김지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중장년 고용 생태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일자리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며 “단순 복지를 넘어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지원 정책의 허브이자 새로운 고용 문화의 실험장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