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입찰 조건 좋아졌지만…리스크 여전

가덕도신공항, 입찰 조건 좋아졌지만…리스크 여전

기사승인 2025-11-25 06:00:11
가덕도 연대봉에서 바라본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가덕도신공항 공사기간을 106개월로 늘리고 공사비도 약 2000억원 증액했다. 입찰 조건이 개선되긴 했지만, 연약지반 등 리스크가 남아 있어 건설사들의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재입찰이 연내 진행된다. 공사기간은 기존 입찰 조건과 기본계획에서 제시했던 84개월에서 22개월 늘어난 106개월로 조정됐다. 공사 금액도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기존 10조5300억원에서 10조7175억원으로 약 2000억원 증액됐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2029년 개항, 2032년 완공 계획은 ‘2035년 준공 및 개항’으로 수정됐다.

가덕도신공항 논의는 200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항공기가 김해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김해 돗대산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김해공항의 안전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동남권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2006년 1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공식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1년 이명박 정부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논의를 전면 백지화했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정부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을 통해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다. 당시 ADPi는 “가덕도는 신공항을 지을만한 ‘일반적인(natural) 공항’ 후보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후 가덕도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건설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일대를 점검한 뒤 부지조성공사를 지지했다. 이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2023년 3월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2024년 네 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이 체결됐다. 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이 주관사로 참여했고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이 함께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컨소시엄에서 탈퇴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정부가 제시한 84개월 공사 기간이 너무 짧다며 2년 더 늘어난 108개월 공사 기간을 반영한 기본 설계안을 제출했다. 현대건설은 연약지반 안정화와 방파제 일부 시공 후 매립 등으로 인해 공사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이후 국토부와 합의가 되지 않으면서 계약이 중단됐다. 지난 8월 포스코이앤씨는 인프라 사업에 대한 신규 수주 활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에서 탈퇴했다.

공사 기간이 늘고 공사비도 증가했지만, 현대건설은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에 다시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입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대우건설은 입찰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책임감 있게 검토해 온 사안”이라며 “최근 정부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만큼,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면 국가 핵심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여러 구조적 위험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을 짓기 위해서는 대규모 매립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가덕도 인근에 두께 50m의 연약지반이 넓게 분포해 있어 지반이 비대칭으로 가라앉는 부등침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공사가 성공적으로 되더라도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와 불과 3㎞ 떨어져 있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위험 요인 때문에 공사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덕도는 지반이 매우 연약해 매립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입찰을 망설이는 건설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가덕도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반복된 난항의 원인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가덕도신공항이 지금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 즉 공사 기간과 공사비 문제”라며 “공사 기간을 늘린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에 걸맞은 공사비 증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