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회원사와 함께 ‘자립준비청년 대상 ISA 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특화 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 자립준비청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각에선 사업 운영 과정이 초기 계획과 다소 차이가 있으며 후속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26일 쿠키뉴스가 확인한 금융투자협회의 ‘ISA투자 연계, 자립준비청년 후원사업 추진(안)’에 따르면 금투협은 회원사와 공동으로 ISA를 접목해 업권에 특화된 사회공헌 사업을 기획했다. 주가연계증권(ELS), 해외부동산펀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건전성 이슈 등으로 저하된 업계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11개 증권사가 참여하기로 했고 지난 7월29일 발대식을 열었다. 현재 비영리단체인 초록우산재단을 통해 추천받은 72명의 자립준비청년을 각 증권사에서 최소 1~10명까지 맡아 매월 30만원씩 ISA 계좌로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 공감대…금투업 특징 살려 ‘ISA 연계’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그룹홈(공동생활 가정), 가정위탁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면서 홀로서기를 나서는 19~24세 이하의 청년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충분하게 홀로 설 준비를 하지 못했다 해도 나이 제한에 걸려 보호 시설을 나와야 한다. 이후 주거 불안, 불규칙한 소득, 갑작스러운 병원비, 기본 생활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이런 실상이 알려지며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투협은 지난해부터 사회공원팀을 신설하고 회원사와 함께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모색해 왔다. 금융투자업의 특성을 살리면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년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데 착안해 ISA 계좌와 연계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금투협 사회공헌팀 관계자는 “ISA 계좌는 세금혜택이 있어 장기적으로 목돈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당장 현금을 손에 쥘 수는 없지만 기본 취지가 장기 투자에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SA 계좌는 절세에 특화된 장기 자산 형성 상품이다. ISA에서는 예금, 적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통합해 투자할 수 있다. 발생한 수익을 통산해 일반형은 200만원, 서민·농민형은 400만원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다만 세금 혜택을 그냥 주지는 않는다. 가입 기간이 3년 이상으로 최소 3년간 자금을 묶어 둬야 한다. 중간에 해지하면 그간 받은 세금 혜택을 다시 반환하거나 오히려 더 많이 내야 할 수도 있다. ‘자립 준비 청년 대상 ISA 후원 프로젝트’도 이런 이유로 증권사로부터 후원받는 청년들이 중간에 ISA 계좌를 해지하면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
국내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어떤 도움이든 받는 입장에서는 감사하다”면서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보호시설을 떠나는 직후부터 하루를 버티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ISA를 통한 지원 등은 당장의 체감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잘 유지를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 전무한 청년 직접 투자는 우려”
프로젝트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투자 경험이 전무한 청년이 계좌를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발대식 이후 사업 진행 상황이 참여사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한다는 데 취지를 두고 참여를 결정했다”면서도 “개인 계좌이기 때문에 후원 증권사에서 투자권유나 상품 권유 등을 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어 현금적인 지원만 하고 있다. 청년들이 손실을 보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ISA 계좌를 통한 금전적 지원만 하는 것”이라며 “자립준비청년이 직접 계좌를 운영하고 손실이 나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거라고 보지만 투자 경험이 필요할 만큼의 여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금투협 측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개인 계좌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투자 행위에 대해 강제할 수는 없지만 중위험 이하의 채권형펀드 수준의 상품 투자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며 “전국투자자교육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상시교육 커리큘럼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어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범사례 ‘미래에셋박현주 재단’, 21년부터 자립준비청년 지원
한편 국내 1위 증권사이자 서유석 금투협 회장이 오랜 기간 몸담았던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의 ‘청년 씨드온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청년 씨드온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인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고 있다. 후원 청년 1인당 400만원의 씨드머니를 아름다운재단 계좌로 지급한다. 예컨대 올해 지원하는 청소년이 100명이면 4억원을 아름다운재단 계좌로 지원한다. 단,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이들 청년의 운용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직접 운용을 맡기지 않았다.
계좌 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로보어드바이저 ‘M-ROBO’가 한다. M-ROBO는 씨드온 시드머니를 매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 ETF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시장을 통해 입증됐으며, 자립 청년들이 지원사업 이후로도 ETF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1년이 지나면 ‘원금+수익금’ 총액을 지원 청소년 수로 나눠 개인 계좌로 입금한다.
청년 씨드온 프로젝트는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자립 청소년 대상 경제 교육과 투자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M-ROBO가 시장 상황에 맞게 어떻게 대응하고 투자 전략을 변경했는지 등에 대해 매월 보고서를 작성, 후원 청소년에게 전달한다. 또 매월 1회 온라인 강의와 1대1 개별 컨설팅 등을 통해 ETF 투자를 비롯해 재무관리, 생활 경제 등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1년에 2번은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투자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직접 묻고 답하는 시간 등도 가진다.
미래에셋재단 관계자는 “후원 청소년들의 반응이 좋아 올 초 지원 대상을 가족돌봄청년까지 확대하는 양해각서(MOU)를 서울시와 체결했다”면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생계 때문에 시간이 없고 투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 등 현실적인 부분들을 청년 입장에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