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항공기에서 비상문 강제 개방 시도와 승무원 폭행 등 기내 난동이 잇따르며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행위가 반복되고 있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항공사에서 발생한 기내 난동 사례는 수십 건에 달한다. 비상문 개방 시도부터 승무원 폭행, 만취 소란까지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비상문을 강제로 열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6월27일 김포에서 제주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여객기에서 40대 여성 승객이 비상문을 열려다 승무원에게 제지당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15일 제주공항에서는 에어서울 RS902편에 탑승한 30대 여성 승객이 갑자기 비상문을 개방하면서 항공기가 결항되고 탑승객 200여명이 모두 하차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내에서 승무원을 폭행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부산발 세부행 진에어 LJ073편에서는 20대 남성 승객이 승무원을 폭행해 얼굴에 타박상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제주발 대구행 국내선에서 술에 취한 50대 승객이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에게 폭언과 신체 접촉을 하며 비행 내내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내 난동 대응 매뉴얼과 보호 장비가 갖춰져 있지만 물리적 제지에는 한계가 있다”며 “법적 권한과 보호 장치의 보완이 없다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행위가 반복되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항공기 내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총 1683건으로 △2020년 130건 △2021년 85건 △2022년 266건 △2023년 545건 △2024년 657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사건이 훈방 조치되거나 재판에서도 집행유예로 마무리되고 있다.
현행 항공보안법은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행위를 10년 이하 징역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형 선고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지난 4월 국내선에서 만취 난동을 벌인 50대 승객은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8월 제주도 활주로에서 항공기 운항을 지연시킨 60대 남성 역시 집행유예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실제 처벌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점이 기내 불법행위 재발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항공 안전과 직결된 기내 폭력과비상문 개방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최근 항공기 내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최대 1억 원의 벌금형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내 폭력과 비상문 개방은 단순한 소동이 아니라 항공기 운항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행위”라며 “법적 처벌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의 안전 의식과 예방 시스템 강화 없이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며 “고위험 승객 사전 관리, 승무원 보호 장치 개선 등 종합적 대응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